내가 받았던 질문 중 가장 대답하기 어려웠던 건 "do you love me?" 였던 것 같다. 대체로 나는 이성이 이런 질문을 던지면 머뭇거렸다. 나쁜 남자라서는 아니다. (내가 어딜봐서 나쁜 남자...ㅠㅠ) 그저 '사랑'이라는 말이 대답하기 쉽지 않은 개념, 정서, 상태를 의미한다는 걸 그 때도 막연히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떠올리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서로를 육체적으로 갖고 싶은 마음, 혹은 '언젠가는 우리 결혼해야 해' 라는 예비 다짐, 나아가 서로에 대한 특별하고도 오랜 상호 신뢰관계를 지속하는 것.
그땐 내가 사랑이란 말에 대한 내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데 대한 실망, 죄책감이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십대에 사랑을 이야기하기가 내 정서적 성숙도에 비해, 참 어려웠다고 변명하고 싶다.
'클로저'란 영화 속 한 장면. 관계의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주드로에게 사랑이 어딨냐고 묻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렀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관계에 균열이 가고 어느덧 그 관념을 의심하게 되었을 때 사랑은 둘 사이에서 만질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연기처럼 사라져 가는 그저 타인의 입에서 튀어나와서는 나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말일 뿐이다.
이렇듯 이성 간의 사랑 혹은 사랑하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 보이지도 잡히지도 들리지도 않는 말은 쉽게 오가기는 해도 그만큼 오용될 수 있고 속일 수 있고 또 속을 수도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그래, 시간을 가로축으로 보았을 때 여전히 그 단어에 얽힌 어떤 행동이 그 어떤 곡선을 그린다면. 그 곡선이 어떤 상승과 하강의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우리는 넌지시 자신이 내뱉은 단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순간의 요동 순간의 폭락. 그것은 사랑이 아니야 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주저했던 때로 중요한 순간에서조차 조심스러워했던 그 단어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참 오랜 시간을 통해 그 궤적속에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애정하는 선배 페친 김승중님의 포스팅이 던진 화두에 답하며.)
2012.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