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진심 아내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몇 번 있는데 이건 그 중 하나의 사례가 될 것 같다.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우리 부부는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나는 내심 학교에서 미리 공부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받아쓰기가 그 첫 단계라 할 수 있었는데 나는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다른 애들만큼은 하길 바랐다. 아니 선행학습은 아니더라도 1학년 과정은 잘 따라갔으면 했다.
아내는 내 생각과 달랐다. 아내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맞춤법, 한글을 정확하게 쓰는 게 아니라 글쓰기의 기본기를 익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말은 잘 하지만 저학년 때 자신의 생각을 군더더기 없는 글로 적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데 실제로 부모들이 그런 건 가르치지 않고 이상한 것에 열을 내더라는 말이다.
그래서 아내는 다른 건 무심해도 아이의 공부 중 일기쓰기는 꼭 챙긴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의 장황한 이야기를 줄이고 줄여서, 다듬어진 내용을 몇 줄의 일기글로 쓰도록 훈련시킨다. 매일 30~40분 정도. 그 과정을 보면서 나는 아내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블로그의 한편에 아이의 일기 기록을 남기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