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는 박영선 목사가 설교했던 내용을 주제별로 묶어서 그의 30년간의 사역을 정리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된 책이다. '믿음', '성화', '교회'라는 주제에 따라 총 3부작으로 기획된 본 시리즈 중 첫번째 책으로 구약과 신약을 넘나드는 총 29편의 설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믿음의 두 축을 구조화하고 있는데 전반 12개의 설교는 믿음의 본질에 대한 것이고 후반 17개의 설교는 믿음의 책임에 대한 것으로, 믿음의 '본질'과 '책임'의 두 축에 균형감을 유지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대체로 성도들은 기독교 교리 자체를 어렵다고 느낀다. 실제로도 교리는 어렵다. 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독교는 아볼로 교회 성도들처럼 심도있는 공부가 어느 정도 필요한 종교임을 인정한다. 그런 이유로 많은 목회자들이, 이러한 다소 어려운 교리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와 노력을 많이 해왔다. 그럴듯한 예화를 들거나 설교 중에 멜로디를 덧붙인 찬양곡을 사용하기도 하며, 때로 만화처럼 쉽게 대중이 호감을 가질 법한 도구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잠시동안 성도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기는 하지만 정작 교리의 '깊이' 자체는 반감시키는 역효과를 감수해야 한다.
박영선 목사의 설교는 요즘 흔히들 쓰는 말로 교리에 대한 '돌직구'다. 그는 굳이 어렵게 설명해야 하는 길을 우회하지 않는다. 쉽게 설명할 다른 도구들을 찾는 대신 설교 본문 자체의 논리, 구조화에 많은 공을 들인다. 그의 설교는 놀라우리만치 구조적이다. 설교를 듣는 중에 머리 속에 형이상학적 그림들이 그려진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전달되는 설교를 경청하다보면 어느덧 견고한 집이 하나 머리 속에 지어져있다. 그것이 다른 설교자들과 구별되는 박영선 목사의 탁월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설교 중에 직설화법이나 욕을 하기로 유명하다. 유머나 재치로 받아들여지는 대목도 분명 있지만, 대체로 그의 직설화법은 설교를 듣는 이들에게 묘한 경각심을 준다. 교리라는 모호한 삶의 체계가, 그것이 일상에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의 예화는 그에 관한 이야기거나 주변에서 겪을 법한 이야기가 많다. 아마도 설교시간에 스스로에게 그리고 성도들에게 거리낌없이 대놓고 욕을 하는 설교자로도 박영선 목사는 독보적일 것이다. 나는 이런 그의 설교 '스타일'이 많은 성도들에게 교리의 깊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박영선 목사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 역할을 톡톡히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한다.
3권의 단행본과 7권의 강해시리즈에서 선별한 내용이니 박영선 목사의 강해서들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새롭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교리나 주제를 놓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의 설교를 비춰본다면 이런 인위적인 구분 자체가 더 기독교 교리를 도드라지게 만드는 장점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남포교회 홈페이지에 가면 매주 그의 설교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혹은 그의 설교 중 상당 부분이 출판되어 있다. 그 중 핵심만을 취하고 싶다면 본서를 권한다. 아울러 진정한 지도자, 설교자가 갈급한 한국교회에 박영선 목사가 좋은 본으로 남기를 소망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