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주의적 시각이 갖는 부정의(injsutice), 몰역사성, 탈정치성은 차치하더라도 '성 역할'이라는 말은 있지만 '계급역할', '인종 역할'이라는 말은 없다는 점에서 '역할'이 얼마나 정치적인 담론인지 알 수 있다. 최소한 공식적인 사회 담론에서 "사람은 자신의 계급적, 인종적, 장애, 연령 등의 위치에 따라 평생 그에 맞는 역할(직업)을 해야한다. 흑인은 청소부 역할만을 해야 하고, 시각 장애인은 안마사라는 직업만을 가져야 하며, 가난한 사람은 그 위치에 맞는 심리, 행동,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라는 말은 발화될 수 없다.
이에 비해 성별에 따른 역할론은 자연스럽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사회는 성 역할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집단에 대해서 심리적, 문화적,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혐오와 적의, 처벌을 행사한다.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계급, 장애, 연령, 인종, 종교, 지역, 국적 등으로 인한 분엽(차별)은 부정하며 극복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반면, 젠더는 그렇지 않다. 계급이나 인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사회적 제도이고 피해지만, 젠더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산, 재생산 노동을 모두 감당하는 여성의 노동력은 한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삶을 가능케 하는 근간을 이룬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향상될수록 이 노동은 남성과 분담되기보다는, 여성들 사이의 계급, 인종, 나이 등의 위계에 따라 여성들 내부에서 '전가'된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 여성들 역시 공장 노동과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부터, 음식 서비스 산업, 가사 노동자, 아내, 농업 노동자,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의 해결자, 성 산업에 이르기까지 기존 국내 여성들이 담당해왔던 저임금, 비공식, 비가시화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전통적인 성별 구분보다 자본과 학력, 기술 등 개인이 가진 자원에 따라 젠더 범주가 '유연'해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신자유주의 상황에서 가부장제의 쇠퇴는 여셩의 지위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