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복음주의 지성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직장인 지성운동 사례
제목: 직장인 지성운동의 현실과 고민들 (설문을 중심으로)
/김용주
기독 지성운동에 대한 발제를 준비하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문득 주변 학사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이 참에 간단히 설문지를 만들어서 주변 학사들에게 설문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질문지를 공람시켰고, 그 결과를 가지고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기독지성운동의 현실과 고민들을 살펴보았다. 질문은 총 7개로 객관식 문항들이 많았으나 문항들에 구애받지 않고 기타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주문했다.
1. 자신이 기독지성운동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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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실 이 질문은 직장인들이 본인을 기독지성운동의 주도적 존재로 느끼는지에 대한 의도로 던져 보았다. 다수는 그렇다라고 대답했지만 17명 중 4명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 4명의 직장인은 이후에도 기독지성운동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내는 답을 주로 하였다.)
2. 기독지성운동의 구성원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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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는 대학 졸업자가 기독지성인이라는 대답이 29%였고 무엇보다 기타가 51%로 가장 높았다. 기타에 대한 의견으로는 ‘기독지성에 대한 관심자’나 ‘스스로를 기독지성인이라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이들이면 누구나 기독지성에 속한다’고 답했다. 결국 다수의 응답자는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모두 기독지성에 포함된다고 생각하였고 응답자 중 29%는 학부 졸업하는 정도의 교육 수준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직장인 입장에서 기독지성 운동의 범위, 혹은 실천 영역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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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은 직장인들이 기독지성운동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한정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주어졌으며 응답자들은 비교적 고르게 선택했다. 복수 응답이 가능한 관계로 기타가 27%로 가장 많았는데 기타 의견으로는 ‘삶의 전 영역’이 실천 영역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이에 더하여 ‘보다 심화된 전문 영역에서 사역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4. 본인이 생각하는 기독지성 운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직장/사회인 입장에서)
여러 의견들이 있었지만 중복되는 답변들을 제외하고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았다.
A. 어떠한 사역이던지 기존의 방식이 아닌 더 나은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변화를 수시로 모색하는 것
B. 직장/사회인 입장에서 볼때는 과연 하나님이 나에게 무슨 일까지를 하시기 원하시는지를 살펴봐야 함. 이는 구별된 사회적(?)인 달란트를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진 각자의 소명이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하는 문제로 연결되며, 이러한 가운데 진행될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을 의미
C. 기독교 세계관에 부합한 직장 생활을 기본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정책 혹은 각종 의견에 대한 기독교적 반응 및 전공에 국한되지 않은 이 사회의 전반적인 시대정신에 대한 기독교적 반응
D. 예수님이 삶으로 보여주신 정신과 가치가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삶으로 표현되고, 자연스러운 삶의 양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스며들어 하나의 삶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E. 교회 내에서 부족한 성경공부나 책나눔(소개)을 하고 가정 공동체에서 성경을 같이 보고 공부함
F. 세상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유지하고 삶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
G. 각 학문 영역의 주되심을 인정하고 하나님 나라를 꿈꾸고 소망하고 실천하는 것
H. 기독교적 지성의 축적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속한 영역 (직장, 학교, 특정 조직)에서 성경적 관점에 맞게 살려고 하며, 그에 수반되는 지식을 끊임없이 배우고 고민하며 실천함으로써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는 것
I.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성경적 가치관을 어떻게 적용시키며 변화를 이끌어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며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공동체적으로 사회에 대안을 제시
설문 결과, 많은 학사들이 삶, 일상, 실천과 같은 말들이 기독지성 운동의 핵심 단어로 중복해서 나타났다. 결국 직장인들에게 있어서는 기독 지성이 아는 것, 지식의 습득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적 영역에서 발휘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고, 전문 영역에서 더 나은 방향과 실천을 고민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일상, 삶, 실천에 있어 기독 지성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나 한계를 표현(‘지성의 축적에 머물지 않고’ 등)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5. 실제로 자신이 하고 있는 기독지성 운동 활동이 있는가?
A. 없음. (바뻐ㅜㅜ)
B. 없음!! 부끄러움!!!
C. IVF 수도권학사회. 관심영역별로 그룹을 나누어 성경적 가치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있으며 갓 졸업한 학사들이 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제적인 움직임은 부족)
D. 성경과 신앙서적, 일반서적을 다양하게 읽으며 바람직한 세계관과 안목을 형성 및 공부 분야에서 적용점을 찾기 위해 모색 중 (인권법학회 구성 등)
E. 아기 엄마들과의 큐티모임. (성경적 육아교육에 대한 고민, 산후 위로 사역)
F. 신우회. 믿는 이들이 회사 내에서 모여 개인과 회사, 나라를 위해 중보 (모임이어서 관계의 한계성이 있음)
G. 교회 장애인예배. 소외된 자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나라를 위해 예배드림
학사들의 답변들을 보면 대다수의 학사들이 거의 활동이 없었고 그들은 이런 실천 없는 삶에 대한 고민과 부끄러운 마음을 비교적 많이 갖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IVF 학사회 모임이나 신우회와 같은 기존의 모임들을 참석하여 충전과 변화를 꾀하기도 하였지만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개중에는 장애인 예배로 봉사를 하거나 출산 후 엄마큐티 모임을 하는 학사들이 있었고 이런 모임들이 잘 발전되어 정착된다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6. 기독지성 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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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독지성 운동의 장애 요소로는 ‘개인영성 회복만으로도 어려움’(31%), ‘바쁜 직장생활로 인한 시간할애 어려움’(24%)가 주된 이유였고 기타에서 ‘육아’ 등을 꼽는 것으로 보아 일상에서도 직장 생활과 육아 등 절대적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자기를 추스르기에도 바쁜 게 학사들의 현실인 것으로 보였다. 설문 대상이 주로 30대 전후반의 직장인들이므로 이들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기독지성운동 자체에 대한 회의감’(14%), ‘정보 지식의 결여로 인한 실천 저조’(14%)가 비슷한 수치였고 기타(17%)에서는 ‘롤 모델의 부재’를 꼽는 학사도 있었다.
7. 기독지성운동의 실천을 위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같은 사역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모임
(교육부분도 그 안에서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B. 대학생들이 졸업하고 기성세대로 넘어가는 인생의 주요한 변곡점(취업, 결혼, 출산 등) 이후에도 기독교적 세계관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묶어줄 수 있는 공동체
C. 시간(직장 생활, 육아 등으로 인한), 공간, 물질적 여유, 혹은 그것들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능력
D. 기독 지성운동에 대한 강력한 동기 부여
E. 비슷한 직종이나 분야 혹은 생활권 등에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한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
F. 적극적으로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필요 (빌라 공동생활 등)
G. 풀타임 운동가들과의 접점 마련
이 질문은 6번의 걸림돌 해결을 위한 방법을 물어본 것이었으나 의견이 분분하였다. 무엇보다 학사들 대다수는 ‘전문적인 정보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모임, 공동체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그 외에도 현재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시간적, 물질적 부담에 대한 해소’가 선결 조건이라고 여기는 학사들도 있었고 기독지성운동 자체가 필요성이나 매력 자체를 잃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동기 부여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리하면서
1. 학사들의 설문 결과
설 문에 응한 이들이 특정 지부 학사들 소수에 국한된 관계로 통계적인 의미를 갖지는 못하겠지만 몇 가지의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학사들 다수는 기독지성운동을 학문 영역에 국한시키기 보다는 삶과 일상의 영역에서 기독교적 원리들이 작용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실천에 대한 나름의 의무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실제로는 그 열매가 미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사들이 기독지성운동을 하기 힘든 장애 요소로는 바쁜 직장 생활과 육아 등으로 물리적인 시간과 관심을 갖기가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삶과 괴리감이 있는 기독지성 운동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보이기도 했다. 기독지성운동을 위해 학사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비슷한 직종, 분야 혹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제 등을 나눌 수 있는 모임이나 공동체를 꼽았고 시간적 물리적인 문제의 해결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성 모임보다 한층 전문화되고 일상에서 실천적인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모임이 필요한 반면 실제 그러한 활동을 하기에는 여력이 없다는 것이 학사들의 현실인 셈이다.
2. 개인적인 생각을 보태며
직장을 다니는 학사로서 느끼는 기독지성운동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지난번 ‘기독지성 잡담회’에서 짧게 언급한 바 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30대 학사들은 일상에 허덕이고 있는 반면 학문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른바 변방의 고수들은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지성적 탁월함에 매몰되고 있는 듯 하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실제로 한국 복음주의의 윗세대로 꼽히는 손봉호, 이만열 이후로 한국 사회에서 이렇다 할만한 기독지성 운동가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중동 전문기자로 꼽히는 김동문 선교사, 법조계의 김두식 교수 정도 외에는 한국 사회에서 복음주의 기독 지성인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교수 그룹을 제외하고 일반 학사들만을 고려한다면 한국에는 ‘복음주의 학사 운동’이라고 할만한 토대가 전혀 없다고 평가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런 연유로 설문에서 보았듯이 학사들 중 일부는 자신이 기독지성 그룹에 속하는지조차 의문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기독지성 운동에 대한 무지와 회의감에 빠지기도 쉽다. 선배들의 선례나 롤 모델 자체가 없는데 후배 학사들이 어떻게 그 길을 개척해갈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학부생일 때부터 이미 지성사회 복음화라는 모토 자체를 버린 IVF 캠퍼스 운동은 사회인이 된 학사들에게 지성 영역에서의 어떤 소명 자체를 심어주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안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30대의 가장 바쁘고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내 입장에서도 본이 될만한 대안을 제시할 자신은 없다. 따라서 대안이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한 몇 가지 고민거리들을 나누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1) 기독지성운동 자체의 회의적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 이는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며 이러한 이미지는 점점 더 강화될 것처럼 보인다. 기독지성운동을 이끌고 있는 대부분의 사역자들은 신학적 지식을 현실 세계에 발 딛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풀어내는 데에는 비교적 열심을 내지 않는 것 같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대변되는 한국기독지성운동도 학구적인 몇몇 대학원생, 신학생, 목회자들의 전유물로 탈바꿈되었고 그 현학적이고 난해한 용어들과 개념들로 인해 그 실천성을 경험하지 못한 많은 젊은 학사들에게 기독지성 자체에 대한 회의감만 증폭시키는 듯 하다. 기독지성의 훈련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독서와 성경연구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연구 자체를 불필요한 지식 습득이라 여기고, 아무런 교육 없이 직관적인 관심만으로도 기독지성운동을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 학사들의 관점은 그간 지성운동을 이끈 나를 포함한 많은 선배들이 정작 실천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매몰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을 하게 만든다.
2) 거대 담론에서 미시적, 일상적 영역으로의 기독지성운동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례로 진보진영의 운동들도 점차 이데올로기나 진영 논쟁에서 생태적인 관심과 교육, 먹거리 등으로 이슈들을 변화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기독지성운동이 과거에는 정치적인 개혁세력으로 뭉쳤다면 이제는 보다 미시적인 일상과 삶 전반에 걸친 관심과 대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육아와 교육은 그 자체로 여러 영역(먹거리, 공정무역, 아동도서관, 입시, 대안학교 등)으로 확장 가능하므로 그런 부분에서 보다 전문적인 모임이나 연구 등을 통한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형 할인점에서의 소비를 줄이고 생협이나 공정무역 제품 등을 구입하거나 제3세계 지역 어린이 일대일 후원 결연을 맺는 등의 후원 활동을 하는 것,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 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는 등의 미시적인 삶의 근본 원리들을 돌아보고 그 적용점들을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3)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의 온오프 모임 구성이 필요하다. 간혹 기독운동가들이 주최하는 모임들을 보면 주중 오후 시간이나 혹은 참여가 어려울 정도로 자주 모이는 등 직장인들이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이 대다수이다. 물리적으로 여건이 허락치 않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전임사역자들의 섬세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약자이다. 이들이 여러 모임이나 세미나 등의 지성운동에 참여할 수 없는 불편한 요소가 무엇이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세부적으로 챙기지 않는 한 일반 직장인들이 기독지성운동의 한 축을 형성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므로 그들에 대한 적극적 배려가 필요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