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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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트위터, 페이스북, 링크드인, 미투데이 등 여러 가지 사이트가 있지만
주로 이용하는 것은 트위터이다.
트위터는 140자 안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대화 내용을 타임라인에 뿌려줄 수 있다.
또한 단순하면서도 임베디드 가능한 플랫폼 때문에 사진을 올릴 수도 있고
모꼬지라는 그룹핑을 이용하여 취미나 성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오프모임도
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나는 이 공간에서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140자를 이용하는 트윗 공간에서 주로 정치나 사회 문제등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거나 아이폰이나 IT쪽의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이들은 140자 밖에 되지 않는 트윗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굳이 정치적인 쟁점을 놓고 서로를 비방하며 논쟁을 일삼는 사람들이다.
(솔직히 나는 트위터라는 플랫폼이 논쟁의 도구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140자로 어떻게 상대방의 비판에 대해 자신의 논지를 일목요연하게 펼칠 수 있다는 말인가.)

어쨌거나.. 나는 개인적으로 트윗 공간에서 거대 담론과 같은 무거운 주제들을
되도록이면 논하고 싶지는 않았고 직장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공간이므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들, 흔히들 말하는 수다를 떨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트윗에서 나는 여성성으로 대변되는 '언니'로 불리는 일이 잦았다.^^

솔직히 그간 나는 좀 무거운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항상 교회를 이야기할 때 그랬고 글을 쓸 때에도 그런 이미지를 많이 심어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집에서 귀여운 막내였고 지금도 아내에게 농담을 자주 던지고 때로는
알랑방귀를 끼는 웃기는 남편이다.
게다가 흥미롭게도 어머니도 대학 시절 진지하게 나에게 물어봤고
아내도 최근에 진지하게 물어보았는데 그건 다름아닌 내가 '게이'가 아닌가 하는 질문이었다!
지금도 가끔 아내는 나에게 '계집애' 같다고 한다.

트윗에서도 그렇고 삶에서도 그렇고 나는 나이가 들면서 나의 자연스러움을 찾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내가 되고 싶던 멋진 모습을 그려놓고 그것에 나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미지 관리 같은 것 말이다.
나이가 서른을 훌쩍 넘기면서 나는 어깨에 들어간 힘이 조금씩 빠지고 있음을 느낀다.
세상을 향한 긴장, 초조함 같은 것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은 느슨한 태도로
나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서른 다섯, 생일을 지내면서 이제 나는 나의 여성성, 나의 가벼움을 긍정할 수 있을 것 같다.
2010/04/06 01:24 2010/04/06 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