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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책을 조심하라!

/김용주
 

홍등가의 그리스도
마크 밴 하우튼 지음, 한화룡 옮김/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어릴 때 빨간 책은 성인잡지를 의미했다.서점에서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의 강렬함은 처음엔 표지의 색으로부터 전달되었다가 제목을 보면서 더욱 확증하게 되었다. <홍등가의 그리스도>라니...

이런 이야기를 처음에 들먹이는 이유는 회심한 이후에 접한 책들 가운데 이 책이 나에게 준 충격은 어릴 적 빨간책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정도로 파격적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성인 잡지의 컨텐츠를 기대한다면 그건 내가 파격적이라고 생각한 의미를 잘못 짚은 것이지만. 여기서 홍등가는 유흥가가 아닌 도시 빈민가를 지칭한다. 책의 원제와 달리 한국IVP에서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을 붙인 셈이다.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이 책을 잡아서 읽다가 다시 놓기는 정말 어렵다. 저자는 형이상학적인 신학 개념을 나열하지 않으며, 구태의연하게 당위적인 투로 구호를 반복하지 않는다. 도시 빈민촌의 중심에서 철저하게 체험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으며 그러한 체험 속에서 원리를 발견하기도 하고 말씀의 정수를 풀어내기도 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도시의 폐혜를 많이 본다. 밤문화, 단란주점, 폭력배, 노래방 도우미, 안마 시술소와 같은 현란하고 퇴폐적인 밤문화 안에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도덕적으로 불경한 인간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피해자들이 도움의 손길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교회는 도시 빈민 선교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만 실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방법에서도 미숙하거나 혹은 무식하다. 또한 교회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이들만을 전도 혹은 선교의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교회에는 중산층 이상의 고학력자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교회 안에서 다시 고고한 문화를 꽃피우며 웬만해서는 범접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벽을 형성한다. 그 벽 안으로 힘없고 빽없고 학벌없는 이들이 들어올 틈이 있을리 만무하다.짧게 마무리하자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하는 책이면서 한 번 읽으면 다시 내려놓기 어려울 정도로 흡인력있는 책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이 텍스트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진리는 양심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끝)

 
작성: 2006. 9. 27.

2006/09/27 18:18 2006/09/27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