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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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를 보며. 간간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옹호하는 말을 하면서 상대방을 까는 이들을 종종 본다. 음악의 급이 다르다느니 저런 실력으로 이겼냐느니, 청중 수준이 형편없다는 식의 말이다. 나도 그럴 때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는 농담이다. 실제로 청중들이 다양한 음악들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더 뛰어난' 음악과 '덜 뛰어난' 음악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종이 땡땡땡'과 말러 교향곡은 작곡가의 수고나 음악의 완성도 측면에서 분명 다르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에서 히트친 음원 샘플들을 수집하며 그것과 유사하게 찍어내고(copy) 안무나 비주얼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낸 노래와, 순전히 음악으로만 승부하려는 의도로 언더그라운드 싱어송 라이터가 공들여... 만든 노래는 그 '질'을 평가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뛰어난 음악이 반드시 좋은 음악이 된다거나 덜 뛰어난 음악이 나쁜 음악이라는 생각은 불편하다. 음악적 엘리트주의. '아리랑'이 '환상교향곡'보다 더 나쁜 음악이 될 수 없고 신중현의 '미인'이 나훈아의 '무시로'보다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또한 음악과 자신이 혼연일체가 된 싱어송라이터의 노래가 가사의 의미도 모른채 불러대는 딴따라 가수의 노래보다 좋다고 혹은 옳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신앙이 없는 성악가가 종교음악을 부를 때의 울림이 그런 예일 것이다)

다분히 본인의 음악적 소양이 높다고 생각하는 부류들의 가장 큰 실수는 예술에 옳고 그름의 좋고 나쁨의 절대적 잣대를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혹은 비평가들의 냉정한 평가만이 옳다고 믿는다. 물론 이런 전문적 평가들이 자주 예술을 조망하고 그 수준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비평의 잣대로 '이건 쓰레기야'라고 말한다면 그건 정말 불행한 일이라고 본다.

그래 참 불행한 일이다. 누군가에겐 새벽녘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신경이 거슬리는 무엇이 돠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생명의 아름다움이 노래가락으로 승화하는 신비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천박하기 그지없는 트로트 한 곡조가 또다른 누군가에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유연함, 공감.. 우리에겐 자주 그런 것이 필요하다.
2011/10/13 21:30 2011/10/13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