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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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년전 식민지 땅에서 태어난 예수.
나면서부터 제국에 의해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갈릴리라는 변두리 시골땅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사람.
제국에 대항하는 자들과 제국에 동조하는 자들 사이에서
그 출신 성분이나 성별, 진영을 가르지 않고
제자를 삼아 새 하늘과 새 땅의 진리를 선포한 사람.
 
함께 이동 중에도 걸음을 멈추고 
질병 가운데 고통받는
 이들을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며 
인간 대접 받지 못하던 아이들을 가까이 두며
모든 사람들이 아이들 같이 되야야 
구원을 받는다고
 말했던 순수한 사람.
누구보다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위로한 사람.
 
나는 그가 단 하나의 희망이라고 믿는 기독교인이다.
 
그를 희망이라고 부르며 동시에 기득권이 되고
여성을 비하하고 아이들과 노인들의 복지를
 
사회적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사회 개독교의 신자다.
예수의 길. 그 순수한 청년이 걸은 길을
걷지 않고 
성경을 읽되 이해조차 못한 채
말로만 고상하고 예배시간에만 헌신된 한국 교회.
이미 그리스도가 잊혀진 그리스도교의 부끄러운 신자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 역설 속에 올해도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
당신의 교회라는 이름으로 회개한다고.
당신의 교회가 속한 한국이라는 나라의 시민으로 회개한다고.
나의 죄를 용서해주시고 이 나라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당신의 도를 우리가 다시 몸으로 받게 해달라고.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린다.
제국의 힘에 저항하거나 동조하던 이스라엘 시민들처럼
우리도 세상의 큰 흐름에 때로 저항하고 때로 동조한다.
역사가 때로 우리의 편인 것 같은 날도 있고
적의 편인 것 같은 날도 있다.
하지만 역사가 우리편이라고 생각했던 날들조차
어두운 곳에서는 흐느끼는 슬픔이 있었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이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기뻐하는 나는 예수의 길을 믿는다.
현대의 많은 불가지론자들, 무신론자들 사이에서도
나는 그가 단 하나의 희망이라고 믿는 기독교인이다.
 
이천년전 제국의 압제 속에 중동땅에서 태어난 예수란 청년의 길.
그 시작을 기념하며.
우리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2012년 12월 25일
2012/12/25 21:58 2012/12/25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