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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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인터넷 논쟁 문화 1세대라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진중권 교수와 조선일보 이한우 기자와의 기나긴 게시판 논쟁이었다.

그 뜨겁던 논쟁이 용두사미처럼 끝맺었고
 진중권은 그 논쟁 자체를 허무하게 여겼지만
 그때의 강렬한 기억 이후 나는 논쟁의 묘미, 냉소의 효용성(?)을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다.

이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인터넷 안에서의 논쟁을 즐겼고 그것 자체를 가치있게 여겼다.
언어유희나 지식자랑의 향연이 아닌 계급장을 땐 민주적인 방식의 진정한 배움,
논쟁을 통해 더욱 도드라지는 이슈, 진리...실제로도 자주 그런 것들을 경험했다.

물론 종종 뚜껑을 열리게 만드는 이들이 있었지만, 내 바닥에서 그런 이들은 소수였고
 정말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는 주변에서 알아서 자정능력을 발휘해주었다.

최근 몇년 사이 나는 그런 내 믿음에 회의감을 갖게 만든 여러 사건들을 겪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경험, 인간이 인간을 대하고 있지 않다는 절망감,
못 가진자가 더 못가진자를 까대는 황당함... 그것을 넘어서는 실망감.

정말 정성들여 쓴 글에 단 몇 글자로 굴욕감을 선사하는 쿨한 이들.
그 쿨한 무수한 댓글들 속에서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경험들, 경험들.

세상은 아름답고 모두가 희희낙낙인데 내가 무슨 스파이더맨도 아니고
 이렇게 인간의 악함을 고민해야 하는 건가,
오지랖을 떨다가 내가 미치고 말겠구나 하는 반성, 자성, 비이성.

한때 나에게 있어 논쟁은 '인터넷'을 떼어내고는 말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그 공간은 무지했던 나에겐 인정사정 없는  거친 선생이었고 평등한 대화의 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습게도 지금도 내겐  정든 고향 같은 느낌, 나름의 향수 같은 게 남아 있다.

하지만 그 향수에 젖어 있다가는  질식할 것 같은 위협, 혹은 똑같이 괴물이 될 것 같은
 분노, 미움, 그에 따르는 죄의식, 그렇게 이어지는 인간 자체에 대한 회의감...
그런, 그런 멜랑꼴리.

어떤 연속적, 혹은 단속적 과정이 있었겠지만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그렇게 결국,
나는 인터넷 댓글 문화를 혐오하게 됐다...

2014/04/10 23:31 2014/04/1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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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알게 모르게 참 배우는 것이 많다.
과거엔 배움의 대상이 '상대방의 더 뛰어난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대화의 묘미 그 자체라고 하겠다.

의미없는 대화는 없겠지만 나란 사람은
참 남의 말을 들을 줄 몰랐다는 생각, 많이 한다.
스스로가 나름 자상하고 소통이 잘 된다는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살지만
되돌아보면 많은 대화에서 나는 대화 아닌 계몽적 독백을 할 때가 많았다.

점점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자신있던 어떤 분야가 가장 힘든 분야로 느껴지는 낯설음.
잘 하고 있다고 느꼈던 그 지점에서  신기루가 사라지고
사막의 한 가운데에 선 듯한 황량함. 뭐, 그런 것...
뭐, 그런 것... 그런 것인 것이다.
2014/04/10 23:28 2014/04/1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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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페북/카톡/문자가 고맙고나...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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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hur Bae님.
생일 축하합니다
맛난 음식이 있으니 더 기쁜날이었겠네요~^^

김성수님.
늦었지만 축하해요.^.^

Jae Yoon Um님.
수고하셨습니다, 생일 축하드려요!!!

Soojin Kim님.
축..경축!

Emily Lee님.
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생각해보니 오늘은 저희 오빠의 버스데이이자 교주님의 버스데이더군요!!!
용주 오라버뉘~ 미녀 아내님, 미남 성하님과 늘 복되고, 건강하며,
기쁨이 가득한 나날들 되시고,
오라버뉘도 (아내님이나, 성하님 처럼) 더더더 미남 되세효~! — 엄청 좋아요

한지식
생일 축하드려요^^
가만 생각해보니 전 이미 용주님의 친필 사인(?)을 가지고 있는 럭키가이더라구요ㅎㅎ
다음엔 저서의 저자친필사인 받을 날을 고대하겠습니다.!ㅎ
앞으로도 좋은 교제,더욱 기대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생일 축하드려요

조영미님.
앗. 회장님 탄생 축하 인사도 제때 못 드렸네요.
기쁘고 복된 하루 되셨는지요? 항상 좋은 글과 만화(!) 감사합니다. ㅎㅎ 

Jae Young Kim님.
용주씨, 생일축하드립니다. 

강성호님.
생일 축하드려요. 용주님. ^^

Jeongyeol Bae님.
유후 생신 축하드려요 

안병훈님.
뵌지 참 오래되었지만 페북 통해 계속 만나는 느낌이 듭니다
생일축하를 빌미로 인사드리며.. 생축해요~

정한철님.
용주 쌤, 생일 축하드려요!

Eundeuk Kim님.
생일 축하해요 ㅋㅋ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KimMandy님.
우왓 생일이시굼요!!
먼가 듬직한 제이언냐니이이임 생일축하드로용
헤헤헤헤헤헤 

조경윤님.
언뉘~^^ 생일 축하해~!! 

곽명손님.
어라.. 생축글을 남기지 않았다니. 이상하네. ㅠㅜ 기억이 안나요. ㅋㅋㅋ
우짜든동 생축하며 ~ 경하드리오니, 건강챙기며 글도 삶도 맛나시길 축복해요~
제이 언니뉨~ 뵈옵기를 곱게 기대하며~ 

Pax Tecum님.
생일 축하드려요~ 행복한 날 보내시길..^^
 
오수경님.
제이님 생축 행렬에 참여... ^^
한 번도 뵌적은 없사오나 팬심을 곱게 간직하고 있겠나이다.
생일 축하드려요!
 
JeongJae Wie님.
생일 축하드려요^^

김진형님.
오오.. 마이제이님의 생신!!
축하드립니다~ 맛난거 많이 드시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 되세요 ^^ 

강은수님.
생일^^ 축하해요! 

김승신님.
형님 생일 축하드려요.
따뜻한 하루 되시길요.^^

정한신님.
학사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김승중님.
오우 생일 축하해요.
나랑 날짜가 붙어있네^^ 왜 몰랐지?
기분좋아요. 즐건날 되세요

조창훈님.
우왕... 학사회장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ㅎㅎㅎ
 오늘도 연구소에서 열근하고 계시겠네요.
즐거운 마음과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 보내시길...
언제나처럼 많은 사랑 받는 날 되세요~~

서형석님.
용주 학사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심정희님.
생일이라고 페북이 알려줬어요. 생일 축하합니다!! ^^

Daeil Lee님.
용주형제 생일 축하합니다

Jino Kim님.
생일축하드리옵니다. 언뉘님~~
축하해드리고 떠날수있어 행복해요~~

박지선님.
완전 완전 멋지고 재밌는 울 회장님..!
생일을 감축드리옵니다 ^.^★
ㅎㅎㅎ(생신은 너무 먼것 같아 시려요!)

곽명손님.
제이~ 언뉘~ 예뻐지세요~ ^^
생축하며~ 경하드립니다~ ㅎㅎㅎㅎ 

Sung Woo Kim님.
존경하는 용주야 생일축하한다.
나이를 먹는게 축하할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끊임없이 성장하는 너는 축하받을 만하다고 느껴진다.
그걸 느끼는 나는 늙어가는거고^^.
너로 인해 행복한 일인!

Claire Park님.
해피해피 버스데이!!  

Yong Jung님.
생일축하드려요~~~~

천서진.
용주 님, 생일 축하합니다.
언제 한 번 사당에서~^^

DongUk Noh님
학사님~ 생일축하해요. 복된 하루 되시길 바래요~~~

김장호님.
생일 축하해~ ^^

William Song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

Eun Young Lee님.
용주야~ 지금은 한국 날짜로 미리 생!일!축하!해!^_____^
내일 이곳 날짜로 한번 더 축하해 줄게~

Yang-Seok Lee님.
생일축하합니다 캬캬캬.

Jongsuk Park님.
저두요.

이종범님.
생일 축하드려요~ ^^

Won-Seok Lee님.
오, 용주야! 생일 축하한다!
오늘 하루 행복해라!!
인생의 남은 시간들도 늘 행복해라!!!
그리고 곧 보자꾸나^^

이은주님.
생신 감축 하여요~

Eun-Jin Choi님.
앗! 생일이시군요! +_+

박종찬님.
대선배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소리 지도 잘 보고 있습니다 ㅎ

권경우님.
형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지난번 모임 못했던거 형 생일 축하자리로 한번 봐요~
오늘하루는 조금더많이 행복하세요!

이평직님.
저도 축하드립니다요.

조종현님.
오옷 오늘 생신이시군요. 축하드립니다.^^

이근현님.
생일 축하하우~~~

윤창서님.
형~ 생축드립니다.ㅎㅎ
즐거운 하루 되소서~~ ^^

2014/04/04 00:19 2014/04/04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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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고난 거짓말쟁이일 경우,
만우절에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혹은,
거짓을 말할 의도를 가지고 만우절에 거짓말을 할 경우
그것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선의를 가진 거짓에 거짓만이 있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거짓 최면을 걸며
인간관계를 맺고 대화하고 있지 않다고 누가 명백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과연 이게 다 웃기려고 하는 말이란 사실에,
흔쾌히 공감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오늘이라는 특이 상황에서 참을 말하려는 건가 거짓을 폭로하려는 건가...
2014/04/01 23:44 2014/04/0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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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최근에 우연한 기회로 김두식 교수님을 만났다. 만나는 내내 마치 옆에 창비 책다방 팟캐스트를 틀어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익숙한 목소리에 흠칫흠칫 놀라곤 했다.ㅋㅋ 개인적으로 평하기로는... 소심한 듯 날카롭고 어눌한 듯 세련된 톤이었다.^^

#1.
사실 교수님은 기억을 못할 수도 있지만 김두식 교수님에 대한 복잡한 심경은 15년 정도를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김교수님은 기독 진보매체인 <복음과상황>의 간판 필진이었다. 지유철(당시에는 그렇게 불렸으므로) 전도사님, 유재희 간사님(우린 그렇게 불렀다) 등과 더불어 내가 가장 애정하는 연재글 필진 중 하나였다.

당시(1999년~2000년 즈음)는 한창 독자모임이 이뤄지고 몇몇 대형교회에서 담임목회직 세습반대 운동이 한창이었던 지라 교계 안에서... 안티적인 발언을 하는 이들이 복상 필진과 독자 사이에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당시는 김대중 정권 시절이니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담론들이 꽃을 피웠고 안티 조선 운동과 같은 내거티브 운동들이 한창이었다.(내 정서 상으로도 당시엔 누군가를 '까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분위기에서 김교수님은 그닥 어떤 운동성있는 발언이나 참여에 미온적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마음이 항상 있었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 김교수님은 연재글의 후반 즈음에 내거티브 운동 자체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본인은 내거티브 운동으로 세상을 바꾸리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차라리 그 정력이면 포지티브 운동에 힘을 싣는게 낫지 않겠냐는 류의 논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온라인 게시판에다 그런 김교수님의 반응에 실망했다는 류의 까칠한 글을 썼다. 헌데 김교수님이 직접 내 글에 자신의 솔직한 댓글을 달아주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래, 맞다 나는 비겁한 사람이고 내거티브 운동 자체가 불편한 사람이다, 너무 기대하게 만들어 미안하다'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당시에 나는 그 실망감이 사라지지 않았고 이후로 그의 연재는 탐탁치 않은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재미있어 하며 계속 읽곤 했던 기억이 난다.-_-;;; 물론 우리가 알다시피 그 이후로 김교수님은 연재글을 모으고 다듬어서 책을 내기 시작했고 그의 글의 상당 부분은 양심적 병역거부, 동성애 문제 옹호, 법조계의 비리 지적 등 교계를 넘어서서 한국사회에서 독특한 정화지점을 만들어냈다. 뭐 지금은 굳이 내가 말할 것도 없겠지만. 결국 어느 순간 불편했던 과거의 기억을 그저 그렇게 지웠다. 아니 지웠다기 보단 너무 쉽게 잊혀져 버렸다.

#2.
오늘. 문득 페북을 보다가 한종호 목사님이 공유한 신영복 선생의 유투브 강의를 클릭했다. 한시간이 넘는 강의인데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찌릿한 느낌으로 선생의 강의를 봤다. 사실 나는 오랜 시간 신영복 선생님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김두식 교수님에게 가졌던 내 불편한 마음과 어느 정도는 비슷한 것이었다. 하다못해 나는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의 추천사를 신영복 선생이 쓴 것도 어느 정도는 비판적이었다.

그것은 내 안에 이분법처럼 작동하던 사회참여의 어떤 기준을 준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대목이기도 했고, 보수세력에 대한 내거티브 운동, 혹은 그에 상응하는 발언, 그것도 아니면 그 운동에 힘을 실어주는 어떤 행동이 이루어졌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내 판단의 분수령이기도 했다.

사실 오늘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들으면서 다 표현하지 못할 것 같은 어떤 느낌, 생각이 안에서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사실 나는 항상 신영복 선생의 글과 그 분의 삶을 사랑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표현대로 신영복 선생이 자신의 위치에 계속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위로와 힘이 된다는 사실에 상당 부분 공감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내 잦은 불편함은, 어떤 의미에서 상당히 작위적이고 내 안에서 기인하지 않은 때로 나조차도 불편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기도 했다.

#3.
이 정서를 누군가가 공감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김두식 교수도, 신영복 선생도 내면 깊이 좋아했다. 내가 실망했다고 말하고 다니던 그 시절조차도 그랬다. 상당히 오래 주절거렸지만, 정작 그 말이 하고 싶었다.
2014/03/09 23:39 2014/03/0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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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내가 실내놀이터에서 모여있는 엄마들 대화 중에 남편에 대한 호칭 문제를 지적받았다는 얘길 했다. 흥미로운 건 그 얘길 처음부터 한 게 아니라 한참을 사귄 지금에서야 꺼냈다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친해지면 무례하게 개입해도 된다는 생각을 암묵적으로 하는 것 같다. 이런 오지라퍼들...

 

신혼초부터 아내는 나를 두고 자주 '용팔이'라고 불렀다. 뭐 '오빠'라고도 부르고 '여보야'라고도 부르지만 나도 '배뱅'이라고도 부르고 '여보야'라고도 부르니 쌤쌤인 셈.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내가 남편의 별명을 불러댈 때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대체로... 여자가 여전히 철없다 여긴다.

 

남편은 가장이니 집에서 둘이 어떻게 부르건 간에 대외적으로는 남편을 어른 대접, 집안의 대장 대접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체로 실내놀이터에서 엄마들을 지켜본 바로는 다들 모여서 남편욕을 해대다가는 남편이 나타나면 예의를 갖추는 행동, 미친듯이 씹어대다가 저녁시간이 되면 따신 밥을 지어주려고 허둥지둥 귀가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가 회사에서 상사를 대하는 태도와 아주 유사하다.

 

전형적인 가부장제 사회의 일원 역할을 여성이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마음이 그렇지 않아도 그 룰을 확실히 따르면서 주위에도 그 룰을 어기는 여성에게 지적질을 해대는 경지에 이른 셈이기도 하다. 불필요한 페르조나가 얼굴에 완전히 들러붙은 경우랄까. 실내놀이터에 죽돌이처럼 앉아 있다 보면 집에서도 거대한 가부장제 기업의 말단 사원 노릇을 하고 있는 착한 며느리 직원들이 많다.

 

살아보니 아내의 솔직함이 좋다.(때론 쪼꼼 과할 때도 있다.-_-;;;) 아내에게 내가 '용팔이'이기 때문에 용팔이라고 부르는 거지 오빠의 위치에, 좀더 먼 위치에 내가 서 있었다면 아내는 절대 나를 그렇게 친근하고 만만한 말투로 부르지 못했을 것을 안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자신이 그들의 친구라고 말했다. 스승이자 주인의 서열에서 오는 두려움을 해소한 자만이 친구의 관계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 진정한 관계에 자신이 없는 많은 이들은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채 그저 정치적 관계의 설정을 유지하고 타인에게도 강요한다. 그 결과 피상적인 관계만이 남는다. 팀원은 팀장의 뒷담화를 까고 앞에서만 그 룰을 지킨다. 아내들도 가부장 기업 안에서 그 행동을 답습한다.

 

진정한 관계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로 나아간다. 부부가 진정한 친구가 되고 나면 서열과 피상적인 대접의 눈치가 필요 없어진다. 진정한 존경은 상호 친밀함에서 나오는 것이지 어떤 행동을 피상적으로 강요하고 그것을 학습함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로, 나는 아내의 '용팔이' 호칭을 지지한다! (주먹 꽉지고...-_-v)

2014/03/09 23:38 2014/03/0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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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시대의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낀 건 대학생들이 문화소비자의 위치로 전락한 때부터였다. 학생들은 대자보로 의견을 말했고 문화의 밤이나 동아리 축제, 대학축제 같은 공간에서 컨텐츠의 생산자로 자리매김했다. 언제부턴가 대학교의 대자보는 기업들의 홍보지로 가득차게 되었고 학교의 축제도 엄청난 돈을 들여 아이돌 그룹을 모셔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캠퍼스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를 소비하는 곳, 아니 문화와 무관하게 취업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공간이 되었다. 담론을 생산하던 많은 지식인들도 어느덧 도매상을 자처하거나 문화비평, 이를테면 음악평, 영화평, 서평에 몰두하는 모습도 이제는 익숙하다. 대중은 맛집 비평, 대기업 상품평에 자신의 노하우와 지식의 깊이를 내보이며 뛰어난 제품들의 간접 홍보자를 자처한다.

 

어느덧 그것이 우리가 우리의 가치를 보여주는 행위가 되었다. 문화생산자는 치열한 자본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본과 권력,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프로페셔널한 영역에 국한되고 그 영역에 들어가려면 엄청난 경쟁력을 뚫어야 할 뿐 아니라 들어가서도 '저녁이 없는 삶'을 담보로 한 야근과 노력, 경쟁구도에 순순히 자신의 청춘을 바쳐야 한다. 그 청춘의 녹을 먹고 그 안에서 선별된 글로벌 경쟁력이 보장된 컨텐츠만이 살아남게 되고, 다시 그 양질의 컨텐츠를 지친 대중은 찬양하고 열광해하며 쉼을 얻는다.

 

백설공주를 상상하면 월트디즈니 만화의 최적화된 캐릭터가 떠오르고 커피나 마카롱만 검색어에 쳐도 최고의 브랜드를 찾아준다. 조금만 어설퍼도 우리는 채널을 돌리고 음식점에서 먹다말고 뛰쳐나와 인터넷에 악평을 단다. 소비자가 일상에서조차 생산 구조 자체를 제로섬게임으로 내몰면서도 대중은 책에서, 뉴스에서 읽는 신자유주의 유령만을 비난한다. 사실상 우리는 일상적으로 자본주의를 찬양하며 일상적으로도 경쟁을 부추기며 일상적으로도 차별에 찬성한다.

 

아이들 재롱잔치는 내 아이이기 때문에 감내해도 남의 아이의 어설픔에는 하품을 해대고 제품의 하자는 고쳐지길 기대하기보단 그 제품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라기도 한다. 그러한 긴장과 불안 속에서 우리는 이미 컨텐츠를 생산해내던 행복한 아마추얼리즘을 잃었다. 교회에서 밤 늦은 저녁, 청춘남녀가 모여 낭송하던 자작시나 클래식 기타를 뜯으며 화음을 맞추던 어설픈 듀엣곡들은 없다. 자신의 창의성을 뽐내기 보다는 프로페셔널들의 컨텐츠를 평하며 그것에 안주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나또한.
자주 그 장단에 춤을 추다가도 가끔씩은 이런 일상이 얼마나 낯선 것인지를 떠올리곤 한다. 한때 우리는 모두 아마추어였고 겁없이 무대에 나서곤 했다. 서로를 글로벌 잣대로 냉정하게 평가하기 보다는 어설든 매력에 빠져들곤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하향평준화됐지만 그런 사실마저도 행복해했다. 가끔 겁나게 잘난 녀석이 나타날 때면 시샘을 하면서 속으로 열광하기도 했다. 지금의 삶이 지옥같다는 말은 아니지만 가끔 어설프게 주변에서 만들어내던 컨텐츠들이 그립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14/03/09 23:37 2014/03/0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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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단문모음/육아일기
성하가 어린이집 가방에서 초콜릿을 꺼냈다.
막 먹으려던 찰나.
...
나: 성하야 초콜릿 어디서 났어?
성하: OO(여자아이)가 줬어.
나: 아빠는 안 줘?
성하: OO가 나 혼자서만 먹으라고 했어.
나: 아... 그렇구나.
성하: (한큐에 냠냠)
나: 성하는 좋겠다....
성하: (냠냠) 왜?
나: 아빠는 어릴 때 초콜릿 받은 적 없거든.
성하: ...(계속 냠냠)
...
뭔가... 사소한 일로 비참해지는 이 느낌은 뭐지...
2014/03/09 00:23 2014/03/0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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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단문모음/단상
1. Front Loading 프론트 로딩
차주 월요일 임원 주간업무 회의를 위해
금주 화요일 파트주간업무회의, 수요일 팀주간업무,
목요일 센터주간업무, 금요일 최종 수정한다.
결국 월요일 회의를 마친 다음날 차주 업무보고를
준비하는 셈. 진정한 프론트로딩이라 하지 아닐 수 없다.

2. Concurrent Engineering 동시공학
1항에서 언급한대로 업무보고서를 한주 내내 써야 하기
때문에 보고서만 쓰고 있으면 일은 언제하냐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다. 고로 하지도 않은 일을 주초부터 할 것처럼
보고서를 쓰는 것과 더불어 진짜로 일도 같이 해야 한다.
이른바 예측보고서를 쓰면서 실행보고서로 업데이트 하기.
진정한 동시공학의 꽃이라 칭할 수 있겠다.

3. Reverse Engineering 역공학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의 제품을 가져다가 뜯어보고
그대로 카피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따라잡는 기법이다.
이 기법이 가장 잘 활용되는 곳은 뭐니뭐니해도 보고서쓰기.
임원 보고 및 결재가 잘 되는 보고서를 입수하여 색깔, 폰트,
배치, 문구들을 그대로 재활용한다. 이 기술력을 내재화하면
템플릿을 만들어서 숫자와 상황에 따른 단어만 조금 수정해도
뛰어난 성과를 보장한다... 진, 진짜다.
2013/12/06 23:33 2013/12/0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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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서 뭐가 될까'

여전히 고민한다고 어디에선가 툭하고 던진 말이
회자가 되었다. 아직도 그런 생각하냐고...
얼마전 강의로 만난 윤태호 작가도 장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조금 놀랐고,
며칠 전 아는 분이 '그래, 너는 커서 뭐가 될거니'
라고 말해서 한참을 웃었다. 마음이 통했달까.

요 며칠 사이, ...
여전히 꿈이야기,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는 글들을
페북에서도 종종 읽었다.
여전히 내가 어떤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유아기적
욕망 때문이 아니다.
반복되는 그저그런 하루를 살아내는 것에 안주하지
않는 삶. 익숙한 것을 익숙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일부러 불편하게
만드는 삶의 태도랄까 방향성이랄까.

아직 다 가지 못했다고 느끼는 어떤 방향을 향해
여전히 갈급함을 느끼고.. 예전같지 않은 나,
그 존재의 현실을 살짝 잊는 것, 혹은 잃는 것...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를 보면서 나의 늙어감에
기죽지 않는 것.

그렇게 오늘밤도 나는 커서 뭐가 될까를 고민한다.
2013/12/02 23:32 2013/12/02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