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 김에 조금 더 달리자면.
"남자가 직장생활하면 그럴 수도 있지 여자가 피곤하게 왜이래?"라고 하는 대목의 배경에는 남자들의 술자리가 있다. 실제로 이렇게 말한다는 이야기를 나는 자주 들었다. 남자가 고단하게 일하면서 구조적인 문제로 생기는 술자리 한두번에 왜 그렇게 가혹하게 혹은 예민하게 구느냐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것도 자신이 그렇게 비싸다고 구박했던 아내가 산 백화점 옷값을 써댔으면서도.) 이때에도 비난의 대상은 즉시 근면한 남편에게 잔소리나 해대는 여성의 옹졸함으로 귀결된다.
좋다. 내가 남성편을 좀 들어주겠다. '원치 않게' 그런 자리에 갈 수도 있다. 한두번 어쩌다가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내 아내가 여성들 모임에서 원치 않게 한두번 3차, 4차에서 성관계를 갖거나 그렇지 않으면 룸싸롱 같은데 가서 유사 성행위를 하고 만취상태로 들어와서 "극심한 가사노동과 육아스트레스로 여자가 나가서 그럴 수도 있지. 지 아내하나 만족 못시켜주는 남자가 피곤하게 왜그래?"라고 말할 때 관대하고도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쿨한 남편이기를 바란다.
외간 남자가 말만 붙여도 부정하다고 여기는 '순수한' 남편들은 이 나라의 유흥문화(직장문화)가 미쳐돌아가도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변명하거나 아내가 직장생활하는 남자 보필도 못하는 피곤한 타입이라는 등의 궤변론을 펼치지 말기를 부탁드리는 바...
2013년 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