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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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시를 쓰라고 하면 나는 대체로 반공적인 내용의 소재로 글을 쓰거나 흔히 말하는 '바른 소리'나 '착한 척'하는 시를 쓰거나 그것도 아니면 의성어, 의태어로 뒤범벅이 된 시를 쓰곤 했다. 사실 선생님들도 그런 시들을 좋아해서 주로 모범생 스타일의 동시들에 상을 주곤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시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어른스럽게 흉내를 낸 모조적 시일 뿐,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정서를 전혀 대변하고 있지 못했다. 어린시절 일기장이나 시집들을 펼쳐보면 동심으로 대변되는 그 시절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지 못한 글들이 많아 못내 아쉽다.

서론이 길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쓴 동시들을, 마주이야기 교육연구소의 소장인 박문희 선생이 엮었고 어린이 문학, 글쓰기로 평생을 헌신한 이오덕 선생이 정리를 한 책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지은 시들에 그림도 더했다.

단적으로 말해 이 책은 훌륭하다. 내 어린 시절에 펼쳐보이지 못한 동심의 세계가 어른들의 잣대나 필터같은 것들에 걸러지지 않은 채로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마음 속에 정리가 된다. 그렇지, 아이들은 아이들 답게 생각하고 표현하고 글쓰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동심을 회상하고 웃으며 자유롭게 과거를 돌아볼 수 있다.

아이들의 성글은 생각과 그림들을 어른의 잣대로 '순화'시키고 틀에 규정짓는 것은 동심에 대한 폭력이고 상상력에 대한 거세일 수 있다. 자신의 눈으로 아이들을 규정하고 과도하게 공부를 시키고 논술을 가르쳐서 훌륭한 어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오히려 꼭 읽어야 할 책이다.
2008/09/02 19:15 2008/09/02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