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나름대로 세운 법칙이 있다.
스스로 "도박의 법칙"이라고 이름 붙인 이 삶의 원칙은 간단하다. 조금이라도 후회하게 될 거라 생각되면 모든 걸 잃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슨 일이든 끝까지 간다. 하지만 후회 없이 완전히 털어버리고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시작, 혹은 중간이라도 완전히 포기하고 다시는 돌아보거나 떠올리지 않는다.
가끔 내 기질이 T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은 이러한 원칙을 세운 후부터 줄곧 잘 지켜오고 있기 때문이다. 난 상당히 우유부단한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생활 기록부를 보면 어릴 땐 책임감도 약했던 것 같다. 해서 항상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때마다 머뭇거리며 피하려고 하여, 결국에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던 일들이 많이 있었다. 어릴 땐 비겁하게도 착하고 여려서 그렇다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만들어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선택의 문제에서 잘 대처하지 못했던 나는 매사에 항상 뒤끝이 안 좋았고, 매사에 후회라는 사슬이 나를 얽어 매곤 했다.
대학교에 들어와 처음 책을 읽으면서 관심을 가졌던 것은 내면에 관한 것이었다.
나에겐 새롭기도 했고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너무 절실한 것이기도 했다. 어쨌건 우여곡절 끝에 결국 나의 삶의 태도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떤 일을 마치고서 후회하게 되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깨끗이 털고 나올 수 없는 일은 후회가 남지 않게, 바닥이 보일 때까지 가서 미련이 없게 하여 후에 다시 돌아본다 해도 앙금이 남아있지 않다. 반면 마음이 어렵더라도 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정직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부터, 내 능력 밖의 일에 대해서는 어느 때라도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생기고 있다. 내가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절대자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삶을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그건 하나의 과정에 대한 묘사에 불과하다. 삶에 있어서의 선택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관된 생각을 '결단'과 '의지'로 드러내도록 하는 도구인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은 선택이라는 '행동'을 통해 그 사람에게 육화(肉化)된다. 결국 그 사람의 일관성, 가치관, 삶의 진리, 태도, 미학, 헌신과 같은 소중한 것들은 그 사람이 어떤 것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의해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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