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속 어딘가로 치워둔 일들은 해결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나를 괴롭힌다. 괴롭힌다는 말이 적절하지 않은 건 내가 의식적으로 그 일들을 꺼내지 않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롭힌다는 표현을 쓰는 건 무의식 중에, 길을 가다가 불쑥, 혹은 몇년 만에 관련된 일을 알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늪에 빠진 듯 허우적대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이틀동안 좀 그랬다. 나는 자주 무의식과 대면하길 기대하는데 이번엔 몇년간 묵혀둔 감정들을 처리하느라 하루가 좀 침울했다. 어떤 면에서 늪에 빠진 듯이 가라앉는 이 감정은 타인의 죽음과 연관된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그런 정서 속에 방황하는 내 입장에서 언제나 글쓰기는 내게 치유다. 예전엔 내 글쓰기가 누군가를 계몽한다고 믿었다. 고로 모든 사람이 공감할만한 좋은 글을 쓰려는 것이 내 삶의 한 축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계몽된다기 보다는 자기 생각의 강화를 위해 멘토를 찾고 기사와 책을 읽는다. 이미 어떤 seed 같은 게 그 사람에게 이미 뿌려진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설득하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다. 다만 지금의 글쓰기는 내 정서와 내 이성과의 교감이며 매순간 나도 모르게 나를 흔드는이 이상한 정서들을 말과 글로 정리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크다. 그런 의미에서 머리속 어딘가로 치워둔 많은 것들은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면의 정직한 글쓰기가 요구된다.
이틀동안 속앓이를 하다가 속된 말로 멘붕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 나는 참 유쾌한 사람인데, 개그감을 회복하기는 쉽지가 않다. 물론 개그감이 원래 없었다고 말하는 이들과는 끝장토론을 할 준비까지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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