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원치 않게 부도수표를 남발하고 다닌다.
엄밀히 말하면 부도수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흔히들 하는 말로 '나중에 언제 한 번 보자'라는 말을 하고는
언제 한 번 볼 시간을 만들지 못하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두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한 명은 10시에 퇴근하는 나를 만나러 굳이 통근버스 내리는 곳에서
밤 10시에 약속을 잡아 주었다.
우리는 12시반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후배는 올 3월에 아프리카로 1년간 떠난다.
보자 보자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곤 2월이 될 때까지 못 만났다.
그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집으로 오겠단다.
교회 일에 내일 출근에 힘들텐데
먼길 와서 나를 만나준 후배가 고맙기만 하다.
아이가 크는 중이라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갈수록 내 시간을 남과 나누는게 쉽지가 않다.
싫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그렇게 여건이 안 되고
내게 걸맞는 갑작스런 시간대를
타인에게 요구할 주변머리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그렇게 점점 나는 사람들과 접촉이 줄어들고 있다.
주변 회사를 다니는 동료들도 가끔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나에게 필요한 대화는 아니겠거니 싶었다.
다행히 이번 주에는 두 후배(혹은 동생들?) 덕에 그들과 담소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허울없이 얘기를 나누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아웃사이더 같은 나에게 연락해주는 후배들에게 감사를.
(흠... 너무 왕따 같나.. 다시 쓸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