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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략적인 사람이지만 때로 황당한 실수를 해서 주변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다. 갑자기 기억난 에피소드 하나. 돈 없던 대학교 시절. 학교에 도착하여 주머니를 뒤져보니 수중에 천원이 있었고, 통장 잔고는 9,800원. 젠장. 고민하다가 천원을 입금하고 만원을 뽑으면 되겠다는 잔대가리를 굴려서 현금인출기에 천원을 넣고 만원을 뽑았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영수증을 분쇄기에 넣는다는 걸 그만 영수증은 지갑에 넣고 만원짜리를 분쇄기에 넣었다.-_-;;; 황급히 지폐를 당겨보았지만 분쇄기는 마치 내게 '지금 장난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오배권 빌려서 수업 끝나자마자 집에 가서 밝은 대낮부터 잠을 청한 기억이. 아... 난 그 때부터 그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