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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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동네 만두집 총각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웃으면서 멈춰서자 그는 반가이 나를 맞았다.
"뭘 드릴까요?" "김치 하나 고기 하나 주세요." "넵!"

사실 만두를 살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퇴근길에 간혹 늦게까지 장사를 하고 있는
그와 마주치면 난 거의 매번 만두를 샀다.
그를 위해 만두를 사준다는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그가 늦게까지 남은 만두를 팔고 있을 때는
나는 흔쾌히 계획에 없던 구매를 한다.

허나 그것은 어떤 자선의 행위는 아니다.
이 집 만두는 맛이 있다. 담백해서 저녁에 아내와 먹고 자도
아침에 속이 쓰리거나 불편하지 않다.
그 집은 동네에서 소문난 집이고 만두를 잘 하는 집이다.

얼마 전 집 앞에 대기업의 체인점 수퍼마켓이 들어왔다.
그 맞은 편에는 할머니 한 분이 구멍가게를 하고 있었다.
수퍼마켓이 개점하는 날, 그 앞에는 빨간 글씨로
'지역 장사를 죽이는 대기업은 물러가라'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동네 사람 몇 명이 팔짱을 낀 채 그 곳을 지켜보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다수의 동네 사람들이
대기업의 수퍼마켓을 찾았다.
처음에는 동네 할머니의 구멍가게를 지나서 수퍼마켓을 가야하는
그 길을 지날 때 사람들은 머리를 숙이거나 걸음을 빨리 걷곤 했지만
곧 그런 사람들도 없어졌다.

일주일이 지나서 구멍가게는 문을 닫았다.
그 가게에는 먼지낀 과자들과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들이 많았고 불량식품 과자들이 항상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었다.
할머니가 앉아 있던 평상에는 색소가 짙게 보이는 슬러쉬가 돌아가고
있었다. 동네 아이들은 입 주변이 보라색으로 변해서 돌아가니곤 했다.

할머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그 불량식품 가득한 구멍가게를
살리지는 못한 것이다.
그리고 매일 매일 새로 물건이 들어오고 늦은 저녁에는 할인까지
해주는 수퍼마켓을 동네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용하는 것이다.

나는 이웃들이 물건을 팔고 내가 그 물건을 사는 일이 드문 시대에 살고 있다.
기껏해야 만두집이나 야채, 과일 가게 정도가 그렇고
나머지 수퍼마켓이나 빵집, 커피전문점, 미용실까지 체인점이다.

이런 체인점들은 쿠폰과 할인, 적립과 동일한 서비스로
주민들을 유혹하지만 동네 가게 주인들은 먼지쌓인 낡은 가게에서
더욱 불친절한 모습으로 이웃을 대할 때가 많다.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된다.

집에 와서 아내와 만두를 먹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2009/11/07 20:13 2009/11/07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