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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의 사람' 이재철 목사, 이단 되어 돌아오다

몇 달 전 지인으로부터 이재철 목사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교단과 관련된 문제라고 했는데, 당시에는 솔직히 그냥 흘려들었다. 그렇잖아도 개인적으로 바쁜 요즘에, 교단 문제는 교단에서 행정적으로 알아서 처리하면 되겠거니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흘렀을까, 얼마 전 이재철 목사가 속해 있던 예장통합 서울서노회가 기소위원회에 이재철 목사를 '이단적 행위와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책 <성숙자반>에서 "예수님을 믿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은 자를 위해 기도조차 해줄 수 없다면 그것이 과연 복음인가. 그런 상황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해 따뜻하게 기도해 주는 것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정신이다"라고 한 구절이 이단적인 주장이라는 것이었다.

"차광호 목사 외 8인은 이재철 목사가 교단 헌법 제1편 제3장 6조와 제10장 4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제3장 6조는 '택한 자 외에 누구도 그리스도에게 구속받지 못 한다', 제10장 4조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의 본성과 믿는 종교의 율법을 좇아서 근면하게 생활할지라도 다른 아무 방법으로도 구원을 못 얻는다'는 내용이다." (<뉴스앤조이>, "예장통합 서울서노회, 이재철 목사 이단으로 고발")

내 눈을 의심할 만한 기사였다. 이재철 목사가 누구던가. 그는 교계의 주목받는 출판사인 홍성사의 발행인이었으며, 신앙 양서들을 저술한 탁월한 목회자가 아니던가. 개인적으로 이재철 목사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가 2000년에 자신의 모교인 장신대 신학대학원 신앙사경회에서 사흘간(3/29~3/31) 행한 설교 <비전의 사람>을 들으면서부터였다. 당시 사경회에 참석했던 학생들을 통해 이재철 목사의 설교 마지막 날 참석한 이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는 후문까지 듣던 터였다. 나도 그 설교를 테이프로 세 번이나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 뿐인가. 이재철 목사는 주님의교회를 개척했을 때, 임기 이후에는 사임할 것을 약속했다가 10년 후에 약속대로 교회를 떠남으로써 교계의 본을 보이기도 했었다.

이 재철 목사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많은 내겐 이 상황이 의문투성이로 다가왔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건가. 사실 그런 적도 많았다. 교계를 깊이 알아가면 갈수록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조금만 그 사람을 면밀히 살펴보면 실망스러운 분들도 종종 있지 않았던가. 이재철 목사도 그런 부류가 아니었을까. 머리가 복잡하던 차에 이단 고발에 대해 이재철 목사 측에서 직접 해명을 했다.

"이에 대해 100주년기념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재철 목사는 <성숙자반> 291-292쪽에서 사도신경의 '음부에 내려가시고'를 근거로 '예수 믿지 않고 지옥에 간 사람들도 전부 구원받을 수 있다고 섣불리 속단하거나 확대해석'하는 것은 안 된다며,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결정사항이지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명명백백하게 밝혔다"며, "서울서노회가 거두절미하고 이재철 목사가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성경 말씀과 신조에 나와 있는 내용을 전적으로 부인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의 사실 왜곡이자 음해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경직 목사가 1974년 고 육영수 여사 국민장 영결식에서 한 안식을 비는 기도, 새문안교회 강신명 목사가 1979년 불교 신자였던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장 영결식 때 개신교를 대표해 한 기도, 지난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 때 권오성 목사(KNCC 총무)의 기도와 명성교회(김삼환 목사) 성가대의 조가 등을 언급하며, "서울서노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경직 목사, 강신명 목사, 그리고 김삼환 총회장이 담임하는 명성교회도 '이단적 행위'를 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뉴스파워>, "서울서노회, 이재철 목사 고발 파문")

물론 이단 시비에 대해서는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판단할 일이겠지만 <성숙자반>의 문맥을 따져보더라도 "예수 믿지 않고 지옥에 간 사람들도 전부 구원받을 수 있다고 섣불리 속단하거나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고 설명하면서, 구원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에 달려 있다는 점을 밝히 드러내고 있는 그의 논지를 애써 무시하려는 서울서노회 측의 의도를 잘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서울서노회가 고발한 <성숙자반>이라는 책은 내가 알기로 초판 발행일이 2006년 3월로, 3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셈인데, 그간에는 노회에서 이 책에 관심이 없었다가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셈이다. 노회는 왜 갑자기 이재철 목사의 책이 신학적으로 이단인지 아닌지가 궁금해졌을까. 내 상식선에서는 이단 문제로 고발이 시작되었다기보다는 다른 이유로 인해 뒤늦게 이재철 목사의 책에서 논란거리를 찾아내려고 한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든다. 



이단 혐의 이전부터 이재철 목사를 기소한 서울서노회

실제로 이재철 목사를 고발했다는 기소위원회는 이미 이단 시비 이전부터 이재철 목사를 기소했다. 처음 서울서노회가 기소위원회에 이재철 목사를 기소한 건 '장로 권사 호칭제'를 문제 삼아서였다.

" 예장통합이 애초에 문제 삼았던 것은 100주년기념교회가 하는 '장로 권사 호칭제'다. 100주년기념교회는 교회 등록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어른들을 장로와 권사로 호칭하기로 정했다. 100주년기념교회가 한독선연 소속이므로 자체적으로 운영위원회에서 정한 정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예장통합은 담임목사가 예장통합 소속임을 강조하며, 교단 헌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노회 허락을 받아 교인 투표로 선출해야 하는 장로'를 호칭제로 만들어, 장로와 권사로 불리기 원하는 타 교회 교인을 유인해 수평 이동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서울서노회는 '장로 권사 호칭제'를 문제 삼아 이 목사를 기소했다." (<뉴스앤조이>, "이재철 목사, "양화진 지키기 위해 교단 탈퇴"")

이단 문제로 기소되기 이전에도 교단 헌법을 어기는 행위를 저지르다니, 이재철 목사가 문제가 많은 모양이다.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니 교회는 독립 교단 소속이라 예장통합 교단 헌법을 따를 필요는 없으나, 이재철 목사가 예장통합 소속이라 투표로 뽑지 않는 장로, 권사 호칭제도에 대해 서울서노회가 기소를 했고, 이러한 호칭제로 인하여 이재철 목사와 100주년기념교회가 장로, 권사가 되고 싶은 교인들의 수평 이동을 조장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특히, 서울서노회의 노회장인 차광호 목사는 이재철 목사가 장로, 권사 호칭제로 장로와 권사를 '쓰레기 모으듯 긁어모은다'고 말했을 정도로 가혹하게 비판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최근 양화진 연구원으로 있는 지강유철 선임 연구원이 해명을 한 바 있다.

"100주년기념교회의 장로, 권사 호칭제는 이재철 목사님이 독단적으로 시행한 것이 아닙니다. 2006년 4월 4일에 열렸던 (재)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제22회 정기이사회에서, 그러니까 통합 측 이사인 이종윤 목사님과 김삼환 목사님을 대리한 김상학 목사님께서 참석했던 바로 그 이사회에서, 100주년기념교회는 교회의 창립 경과, 교회 운영과 교인 호칭, 즉 장로, 권사 호칭제에 관한 것을 모두 상세하게 보고하였습니다. …… 2007년 3월 22일에 있었던 제23회 정기이사회는 …… 100주년기념교회 창립 등에 관한 전권위원회의 처리 결과를 보고한 그대로 가결하였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백보 양보하여, 예장통합 교단의 주장처럼 100주년기념교회의 장로, 권사 호칭제에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하다면 왜 통합 측 이사 목사님들은 2006년과 2007년의 이사회 때 문제를 삼을 수 있었는데도 침묵하셨는지요. 때문에 저는 2009년에 와서야 예장통합 총회나 6개 노회가 갑자기 100주년기념교회의 장로, 권사 호칭제를 문제 삼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뉴스앤조이>, "예장통합 서울서노회장 차광호 목사님께 드리는 공개편지")

그렇다. 기사를 검색하면 할수록 나도 그 '저의'가 궁금해진다. 게다가 기사에 의하면 서울서노회 측은 6월 26일 이미 교단을 탈퇴한 이재철 목사를 기소하고 7월 16일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100주년기념교회가 독립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이재철 목사가 예장통합 목사이기 때문에 장로, 권사 호칭 문제로 기소하려 했다면 교단을 탈퇴하는 것으로 사태가 매듭지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탈퇴라는 극약 처방까지 결심한 목사를 놓아주지 않고 2차에 거쳐 거듭 출석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결국 교단 문제만도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서울서노회 측은 뭔가 논리가 다소 안 맞더라도 급하게 이재철 목사를 '처리'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사실 나는 그간 기사를 검색하면서 이미 기소 이전부터 그 의문들이 풀리고 있었는데, 최근 기소위원장인 장찬호 목사와 서울서노회 노회장 차광호 목사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그 이유를 해명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양화진 문제였다.

"장찬호 목사는 "기소 중에 탈퇴하면 면직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100주년기념교회가 양화진에서 손을 뗄 때까지 면직할 수 없다"고 했다. 장 목사는 "모든 문제가 양화진에서 시작했다. 이 목사가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양화진에서 떠날 것을 용단해야 한다"고 했다. 차 목사는 "이 목사가 양화진에 대해 꿍꿍이가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재철 목사를 '이단'으로 다루기에는 '준비 미흡'")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지

정 리하자면 서울서노회에서 이재철 목사를 기소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양화진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단 혐의가 됐든 장로, 권사 호칭제가 됐든 간에, 그 본질적인 문제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문제로 환원되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단 혐의뿐 아니라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재철 목사가 항복을 선언하고 양화진을 떠날 때까지 교단에서는 제삼, 제사의 기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차광호 목사의 지적대로 이재철 목사는 양화진에 대한 무슨 꿍꿍이가 있으며, 그는 이재철 목사를 왜 양화진에서 떠날 것을 주장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5월 예장통합에서 양화진묘원과 관련하여 성명서를 아래와 같은 발표한 바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장 김삼환)가 성명서를 통해 양화진묘원을 100주년기념교회(이재철 목사)에게 '전권 위임'한 것은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이사장 정진경) 기본 정신에 어긋난 처사라고 주장했다. 예장통합은 5월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유니온교회가 25년간 사용한 예배 장소 양화진묘원을 상실케 하고, 선교사 후손들과 시시비비를 가리는 소란이 언론 매체에 오르내리는 것은 한국교회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표명했다. 또한 유니온교회가 25년 동안 양화진묘원의 관리를 소홀히 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니온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개신교 20개 교단 및 26개 기독기관의 공교회적 연합인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의 책임이며 곧 한국교회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예장통합은 "한국교회의 발전과 묘원을 둘러싼 갈등의 근본 해결을 위해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가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개편되고 보완할 것"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통합, '양화진묘원 처음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장통합의 주장대로라면 양화진묘원의 전권을 100주년기념교회에 위임한 것은 기본 정신에 어긋난 처사이며, 유니온교회가 그간 사용한 예배 장소를 상실케 하고, 선교사 후손들과 시시비비를 가리는 등 문제가 많아 이를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개편, 보완할 것을 촉구한 것이며, 이러한 요구는 비교적 정당해 보인다. 예장통합의 주장에 대해 100주년기념교회에서도 기자회견을 하여 해명한 내용이 있지만, 이에 앞서 양화진에서 벌어진 갈등을 처음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양화진선교사묘지공원'은 한국교회가 성지로 내세우는 곳으로, 언더우드 선교사를 비롯해 헐버트와 헤론을 비롯해 16개 나라 206기의 선교사와 가족들이 안장돼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자랑스럽게 성지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한동안은 관리가 매우 허술했다.

<뉴스앤조이>의 이승규 기자에 의하면, 100주년기념교회가 들어오기 전 양화진은 그야말로 '종(관리는 하지 않고)은 없고 주인(권리만 내세우는)만 많은' 곳이었다고 한다. 선교사의 후손들이 속해 있는 유니온교회가 관리를 해왔으나 금전적인 이유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서, 그 사이 선교사가 아닌 이들의 묘들도 다수 발견되었고 대형 교회들의 기념비들이 들어서거나 묘지의 매매가 이루어지는 등의 문제들이 나타났다. 게다가 기사에 따르면 양화진선교회에서 임의로 안내를 해주고 안내비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양화진선교회'(대표 신호철 장로)가 이곳을 실질적으로 이용했다. 양화진선교회는 지난 2002년 설립됐다. 신호철 장로가 만들었고, 양화진을 찾는 이들에게 안내를 해주고 있다. 소위 말하는 '가이드'다. 또 양화진과 관련된 책도 여러 권 펴낼 정도로 이곳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다. 그러나 문제는 양화진선교회가 양화진 묘지를 이용만 하고 있지, 관리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묘지의 관리는 원칙적으로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와 유니온교회가 맡아서 해야 하지만, 이곳을 이용한 신 장로에게도 최소한의 관리를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양화진선교회를 통해 양화진을 찾은 사람은 3만 명이 넘는다. 신호철 장로는 2006년 5월이 되면 5만 명이 넘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방문 예약을 받고 있고, 이들을 대상으로 안내를 해주고 있다. 안내에 걸리는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 물론 소정의 '안내비'도 받고 있다. 신 장로는 그 돈은 후원회비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얼마를 받는지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에게 '돈'과 관련된 얘기는 쓰지 말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그 누구도 돌보지 않은 양화진")

결국 양화진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서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1980년 20개 교단과 26개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해,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초대 이사장 한경직 목사)를 만들었고, 5년 뒤 '경성구미인묘지회'는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에 묘지 소유권을 넘겼다. 소유권을 넘겨받은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는 2003년부터 시작됐으나, 2005년까지는 다소 지지부진했다가 이재철 목사가 2005년 7월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는 100주년기념교회에 유니온교회 대신 묘지 관리를 맡기게 된다.

100주년기념교회는 의욕적으로 묘지 관리에 나서기 시작했고 지난 2년 동안 25억 원을 들여 양화진묘를 한국교회의 성지로 복원시키는 작업에 착수한다. 양화진묘 안내도 안내비 없이 행했고 교인들이 묘비를 닦고 청소하는 일에 봉사자로 나섰다. 100주년기념교회는 2006년에 마포구청과 협의하여 홍보관 건립에도 나섰다. 홍보관 건립에 들어가는 예산(30~40억 원 추정)은 모두 100주년기념교회가 부담하고, 운영은 마포구청이 맡는다는 조건이었다. 100주년기념교회는 이 홍보관을 마포구청에 기증하고 19년 정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앤조이>, "선교사 묘지공원, "우와~"") 



유니온교회와 100주년기념교회의 갈등

이렇게 의욕적으로 시작한 100주년기념교회의 활동에 힘입어 양화진은 2006년 말부터 2년 7개월간 약 11만 7,000명이 묘지를 방문하여 명실공히 한국교회의 명소가 되었다. 문제는 그간에도 유니온교회와의 갈등이 있어왔고, 결국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예장통합에서도 나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갈등의 발단은 예배 처소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100 주년기념교회가 들어오자 교인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선교기념관에서 예배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약 200명. 2007년 9월 기준으로 100주년기념교회는 약 2,000명의 교인이 출석했다. 협소한 장소 문제가 골칫덩어리가 됐다. 어쩔 수 없이 100주년기념교회 쪽은 2007년 5월 유니온교회에 예배 시간을 오후로 옮겨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8월 첫째 주일부터 예배 시간을 오후 4시 30분 이후로 변경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전까지 유니온교회는 주일 오전 9시 30분에, 100주년기념교회는 오후 1시 이후에 예배를 했다. 교인이 늘어나니 100주년기념교회 쪽은 선교기념관 전체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니온교회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지난 20여 년 동안 편하게 사용해오던 예배 장소를 내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100주년기념교회, "더 이상 당할 수는 없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예배 처소의 문제였지만, 이재철 목사는 100주년기념교회 소식지의 인터뷰 기사에서, 근본적으로 유니온교회가 양화진 관리자로서의 100주년기념교회를 부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내가 판단하기에도 이 갈등은 결국 100주년기념교회가 위임 받은 관리 주체로서의 소명에 대해 유니온교회는 크게 인식하지 못한 듯하다.

" 보아탱 목사님(유니온교회 담임)은, "100주년선교기념관은 우리가 관리하니까 너는 빠져! 이건 협의회하고 유니언교회 간의 문제지 100주년기념교회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서 소리를 지르더군요. 그래서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냐. 지난번에 100주년기념교회가 양화진묘원과 선교기념관의 관리 주체임을 강병훈 목사님 그리고 김경래 장로님과 함께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냐"고 하니 아니라는 거예요. 그 이후 김경래 장로님께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말씀드렸어요. 말로 하지 말고, 100주년기념교회가 새로운 관리 주체임을 협의회가 문서로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협의회가 9월 14일에 유니온교회에 공문을 보내 양화진묘원과 선교기념관의 관리 감독 및 세무와 행정 처리를 공식적으로 100주년기념교회에 위임한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입니다. 저는 그때 위임받은 신분과 우리 교회의 소명을 유니온교회가 수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0주년기념교회 월 소식지 <버들꽃나루 사람들>)

기사 에 따르면, 유니온교회는 묘지 관리를 100주년기념교회에 위임하는 조건으로 선교기념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으나 100주년기념교회에 지하실을 사무실로 내주는 등 주객이 전도된 행동을 일삼았고, 이에 대해 이재철 목사는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하려는 목적으로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에 대해 유니온교회는 심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00주년기념교회로부터 쫓겨났다'고 주장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5차례에 걸쳐 100주년기념교회에 소송을 걸었다가 모두 각하 내지는 기각 처리된 바 있다. (양쪽의 이러한 갈등이 언론 등에 보도가 되자, 마포구청은 2007년 8월 21일부로 선교기념관에서 예배를 하지 말라고 양쪽에 통보했고, 지금은 100주년기념교회는 홍보관에서, 유니온교회는 연세대학교 채플실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예장통합, 왜 양화진에 갑자기 관심을?

그렇다면 왜 양화진을 둘러싼 두 교회의 문제에 예장통합 교단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 나선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2007년 12월자 <뉴스앤조이> 기사를 보면 몇 가지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 예장통합은 겉으로는 한국에 복음을 전해준 선교사의 후손을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은혜를 잊지 말자는 얘기다. 또 이 문제가 사회 법정에까지 비화되면서, 사회적 인지도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한국교회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예장통합으로서는 동역 관계를 맺고 있는 미장로교회(PCUSA)의 요청도 무시할 수 없다. 예장통합은 지난 8월 17일 미장로교회 서기인 클리튼 커크페트릭(Clifton Kirkpatrick) 목사에게서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이 편지에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하며, 예장통합이 앞장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문제는 지난 11월 27일 열린 교단장협의회 총회에서도 거론이 됐다. 일단 12월 13일 열리는 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결정됐다. 교단장협 한 관계자는 "100주년기념교회와 유니온교회가 현재 대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쪽의 대화로 원만하게 합의가 되길 바라는 게 교단장협의 기본 입장이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양화진 묘지 둘러싼 갈등 '왜' 해결 안 되나")

하지만 양쪽의 대화로 원만하게 합의하기를 바라던 예장통합의 2007년도 입장과는 달리 지금은 양화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재철 목사를 이단으로 기소하려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아 번복하는 등, 다소 조급하게 그리고 공격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당시에도 기사에 따르면 "뜯어보면 유니온교회의 손을 사실상 들어준 셈"이라는 평가를 내리고는 있으나, 당시에는 이 정도로 극단적으로 이재철 목사를 몰아낼 생각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과연 교단이 이토록 격하고 거친 행동을 하도록 만든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예장통합에서는 100주년기념교회와 이재철 목사가 양화진을 떠나게 하기 위해 극약처방까지 일삼으려고 하는 걸까. 하지만 노회 입장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최소한 100주년기념교회의 그간의 행적 가운데에서 어떤 허물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주로 특정 매체의 기사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그 매체의 편향된 시각으로 인해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교단이 그렇게 조급한 방식으로 강압적인 제재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만일 특정 매체의 편향된 시각이 문제라면 교단에서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기사들에 대해서 적극 해명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해명들은 미흡해 보이며 오히려 최근에는 기자에게 촌지를 건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더욱 오해만을 살 뿐이었다. (<뉴스앤조이>, "이재철 목사를 '이단'으로 다루기에는 '준비 미흡'")

이재철 목사는 어쩌다가 이러한 진흙탕 싸움에 연루되어 이단 혐의까지 받게 되었을까. 혹 지금이라도 그가 다소 억울한 면이 없지 않겠지만 교단의 지시대로 교회를 떠나면 되지 않을까. 이단이라는 오해까지 받아가며 버틸 필요가 있을까.

이에 대해서 이재철 목사는 이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듯하다. 그에 따르면 100주년기념교회는 처음부터 양화진 관리자로서의 소명을 부여 받은 교회로 "100주년기념교회 교인들이 양화진 묘역을 둘러보고, 1년에 몇 번씩 손수 비석을 닦고 잡초를 뽑고 꽃과 잔디를 심는" 봉사를 행해왔고 "돈을 들여 축대를 쌓고 묘역 보호 철책을 두르는" 등 "양화진을 한국교회 공동 유산으로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이 하나님이 100주년기념교회에게 부여한 사명"으로 이해하고 그 소명을 충실히 행해왔다고 말한다.

그는 개인의 자격으로 양화진 문제를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간 한국교회의 성지를 복원하기 위해 전심으로 노력한 헌신된 100주년기념교회의 일원으로서 교회를 향해 쏟아지는 불의하고 악의적인 비방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는 "묘역을 통해서 한 일은 사유화했던 것을 막은 것밖에 없다"며 "그동안은 사실이 아닌 주장에 대해 협의회와 100주년기념교회가 인내하면서 참아왔다"며 그간 속내를 드러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예장통합은 왜 양화진에서 100주년기념교회와 이재철 목사를 몰아내려고 하는가. 겉으로 내세우는 대의명분처럼 선교사들의 후손들을 제대로 대접해 주기 위해서인가. 그러기에는 대화로 원만히 해결하기를 바라던 2년 전의 입장과는 사뭇 달라진 현재의 과격함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들이 그동안 유니온교회가 선교사들의 묘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다른 교회들도 선뜻 묘지 관리에 나서지 못하다가 100주년기념교회가 몇 년 사이에 수십 억 원을 들여서 단장하고 수천 명의 봉사자가 가꾸어 이제는 한 달에 거의 4,000명에 육박하는 이들이 양화진을 찾게 되어서야 갑자기 이재철 목사에게 이단 혐의까지 씌워가며 흠집을 내려는 것이 더 어색하지 않은가 말이다.

임기가 끝나면 주저 없이 교회를 떠나서 교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고 불과 몇 년 전에는 교단의 학교인 장신대 사경회에서 기립 박수까지 받았던 바로 그 설교자를 돌연 이제는 이단이라고, 장로를 쓰레기 긁어모으듯 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이단이라고 기소했다가 돌연 미흡하다고 이단 항목은 삭제를 하고, 취재기자에게는 촌지를 주는 등 어색하고 부산한 행동을 일삼는 것은 왜인가.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이재철 목사의 말대로 그가 한 일이 양화진을 "사유화했던 것을 막은 것밖에 없다"면 혹시 예장통합이 양화진을 사유화하려는 의도가 있어서 100주년기념교회와 이재철 목사를 음해하는 것은 아닌가.

결국 이 두 논리가 양립할 수 없다면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게 되는 셈이 될 것이며, 아마 예장통합 측에서 앞으로 더 공격적으로 양화진 문제를 개입하면 할수록 이러한 양화진의 교단 사유화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양화진 문제를 거론하기보다는 이재철 목사를 항복시키는 일에 더 적극적이겠지만 말이다. 



한국교회 성도들이 이재철 목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하며

나 는 최근에 이재철 목사의 이단 시비와 양화진 문제를 보면서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동화 생각이 났다. 임금님의 나체를 보고도 모두 모른 척하고 멋진 옷을 입은 것처럼 대하는 것이, 명약관화한 양화진 문제를 두고서 이재철 목사가 이단이냐 아니냐, 교단 헌법을 어겼냐 아니냐를 따져대는 모습과 닮아 보였다. 누구도 벌거벗은 임금님을 가리키며 벌거벗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교계의 님비현상일까.

내 주변의 비교적 진보적이라 불리는 기독인들과 매체에 이야기를 해도 솔직히 그들은 별로 교단 문제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교단 문제는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등, 겉보기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등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한 평신도 형제가 인터넷 카페에 교단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글을 쓰자 이를 본 다른 평신도가 글을 쓴 형제가 지역 교회에서 내쳐질까봐 우려하는 모습도 보았다.

내 생각에 교단에 속한, 아니 한국의 교계에서 일하는 이들 중에는 교단 문제를 비판할 사람이 없어 보인다. 모두가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며 놀라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 행렬을 향해 박수만 칠 따름이다. 과연 이재철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기립 박수를 쳤던 많은 신학생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자신이 존경해 하던 한 목사가 자신의 소명을 다하다가 자신이 몸담았던 교단을 탈퇴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단 혐의로 기소까지 받고 있는데, 한국교회는 너무 조용하다. 그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비판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존경받던 한 목사의 이러한 처지에 대해 모두가 함구하는 건 왜인가. 자신이 그렇게 존경하던 목사를 성도 스스로가 지켜주지 못한다면 교회의 갱신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나는 한국의 평신도와 신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전직 대통령처럼 잃고 나서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후회해봐야 소용없다고. 그러니 지금이라도 우리가 그를 지켜주자고.

2009/09/11 23:54 2009/09/11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