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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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가정 예배를 드리고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중.
예전에는 한 해를 정리하면서 체크 리스트 형식의 문항까지 만들어서
적어가며 정리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나쁘게 본다면 마음 속 치열함이 예전같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세세하게 정리해서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들을
분류하고, 새해에는 그것들을 다시 리스트로 정리하는 것이
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시들해졌다.

하지만 한 해를 돌아보고 그것을 평가하고 새해의 계획을 세우며
나의 내면과 삶의 방향성들을 점검하는 일들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나침반도 없이 여기 저기 닥치는대로 노를 젓는 것처럼
인생에도 일희일비하며 매일처럼 입에 달콤한 음식과
몸에 자극이 되는 것에 집착해 살기에 너무나 적절한 요즘같은 세상에서.

무언가 나를 묶어두고 훈련하고 변화시켜가려는 원칙과 삶의 목적들을
되내어 보는 시간이 적어도 내게는 너무나 절실하다.

지난 한해 나는 어떻게 살았던가. 아니 지난 한해동안 나는 어떤 존재였던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나는 지인들에게 어떤 친구로 살았던가.
가족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냈을까.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굳이 과거를 떠올리며 나의 많은 부족함들을 재차 확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원래 나는 여전히 부족한 존재이고 어떤 순간에는 악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것을 되내이며 스스로 자학을 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가 돌아보려는 것은 단지 내 삶의 방향이 내가 하는 말과 얼마나 어울리는지,
그리고 내가 걸어가는 내 삶의 걸음걸이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
설령 그 걸음이 한없이 더디더라도 제대로 걷고 있는지,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건지. 그것을 정기적으로나마 확인하려는 것이다.

돌아보면 솔직히 지난 한해동안 못 이룬 것들이 많다.
또한 더욱 삶에 자신이 없어진 나를 발견한다.
나이 서른에 나는 거칠 것이 없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점점 움츠려든다.
불혹의 나이까지 불과 5년.
한해 한해 더욱 많은 부분에서 흔들리고 자신 없어하는 나를 보며
5년뒤 내가 무슨 글을 쓰게 될지 벌써부터 식은 땀이 난다.

이렇듯 쩔쩔매는 마음으로 한 해를 연다...

2010년 1월 4일.
2010/01/04 22:57 2010/01/04 2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