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가사육아 분담이 명확하여 내가 집에 있는 동안은 내 몫이고 그 외에는 아내가 한다. 십여년 하다보니 약간씩 서로 미루게 되었는데 미루는 것을 잘 참지 못하는 내가 점점 더 많은 가사일을 하게되는 느낌적인 느낌...
그러던 차에 올초에 아내가 친구네 집들이에 갔다가 3좀 세트를 보게 되었고 나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성삼위일체 아니고 삼종세트는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빨래건조기.. 써본 결과 둘은 정말 좋았다. 식기세척기는 이사오면서 저럼한 것을 하나 구입했고 빨래건조기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얼마전 중소기업에서 만든 가성비 좋은 녀석을 모험삼아 장만했는데.. 현재 대만족이다.
뭐랄까.. 집안일 도와주는 로봇들이 내 지시를 따라 척척 허드렛일을 처리하는 느낌. 나는 첵을 보거나 딴짓을 하다가 삐삐 소리가 나면 가서 그릇 정리를 하고, 건조기에서 다림질 한 것 같은 수준의 마른 빨래들을 바로 옷장에 넣어주기만 하면 된다.ㅠㅠ 서로 미루기만 하던 집안일을 누가 해주니 아내와 사이도 쫌 좋아지는 듯.ㅋㅋ 게다가 뭔가 시간을 맞춰서 일을 해치우니 스케줄링 덕후인 나는 이 시스템에 더 빨려드는 것 같다.
이 시스템의 단점이 있을까. 물론 있다. 기기를 저렴하게 샀어도 이것에게 일을 시키려면 에너지가 든다. 전기 에너지.. 당연히 전기료가 더 든다. 그 외엔 딱히 단점이 될 만한 요소들은 없는 듯. 아, 전기에너지 얘기가 나와서 이건 딴 얘긴데 차세대 자동차로 EV를 꼽는데 이건 좀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본다. 배터리나 모터 등 전기부품들의 제작 공정이 ‘클린’하지 않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도.
만약 모두가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에너지로 차를 쓴다면 천가구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는 밤새도록 천여대의 자동차에 고압 충전기를 돌려야 할 것이다. 그것도 하루이틀만 완충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일주일 내내 수백대의 차를 충전하는데 아파트 전기에너지의 상당수를 소비하게 된다. 여름에는 정전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고 아파트 주거가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전기난에 허덕일 소지가 있다. 어쩌면 모자라는 전기에너지로 인해 핵발전소의 증축 논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연유로 아직은 하이브리드 정도가 유효한 차량의 연료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전기를 덜 쓰는 게 지구 보존에 이바지하는 길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빨래건조기는 써야할 거 같다. (식기세척기도.. ㅠㅠ) 오랜만에 기차를 타서 이런저런 쓰잘데기 없는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