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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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를 마치고 아내와 마이클 무어의 신작 <식코, Sicko>를 봤다. 식코는 제목처럼 미국의 의료 실태를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마이클 무어는 의료보험 민영화 이후에 미국 사회에서 환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를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손가락을 다쳤을 때에도 손가락 하나당 엄청난 비용을 매기는 것이나 9/11 테러 사태 때에 봉사에 힘썼던 이들이 폐질환으로 고생하는 데에도 미국 정부와 보험 회사에서는 그들에게 정당한 치료를 해 주지 않아 오랜 시간 고통 속에 몸도 마음도 상처로 가득한 경우를 보여줄 때는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마이클 무어 영화의 특성 상, 그는 과감한 생략과 극단적 사례들을 드는 경향이 있다. 특히, 미국의 민영화된 의료보험 제도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타 국가들, 이를테면 영국, 캐나다, 프랑스의 의료 혜택의 장점만을 보여준 점, 그리고 미국의 환자들을 데리고 간 쿠바의 하바나 병원이 쿠바에서는 최고급 진료에 속한다는 점 등은 안티들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분분한 반론들에도 불구하고 아파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 앞에서 그들의 상처를 먼저 돌아보지 않고 이윤과 손실액부터 따져보는 자본주의적인 사고가 무섭다.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이 두렵다. 그것이 한 사람의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속에서 사람을 그렇게 내몰고 있는 상황이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고통스러웠다.

무어는 말한다. 쿠바도 할 수 있고, 캐나다도 할 수 있고, 영국, 프랑스도 할 수 있는데 미국은 못하겠냐고. 사람이 아파 쓰러질 때 그 사람부터 살리고 보는 정상적인 사회를 자신이 자랑스러워하는 미국이 이룩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그가 극단적인 사례를 통해서 때로는 편파적으로 스크린을 채우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의 편파성을 지지하고 싶다.

2008/04/11 19:00 2008/04/11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