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낯설음과 고요함. 그리고 큰 액자 속에 있는 그림들은
무언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 나는 '그'에게 대답이라도 하려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계속 찾아갔다.
현란한 색깔과 선, 그리고 질감으로 이루어진 한 편의 그림은
그 첫 만남에서 그런 방식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림들은 관찰의 대상이었고, 소통을 원하는 관계의 대상이었다.
그간 <남자 vs 남자>, <사람 vs 사람> 등을 저술했고
한겨레와 같은 매체에도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고 있는 그녀.
<젊은 날의 깨달음>을 통해 그녀의 인생의 단면을 훔쳐본 적이 있는
정혜신 선생님의 신간 <마음 미술관>이 나왔다.
전용성 화백의 그림에 자신의 글로 한 장 한 장 곱게 채워진
이 책은 깔끔하고 밝은 느낌과는 다르게 그 글과 그림으로 활자화된
한 장을 넘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마음 미술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는 또한번 초등학교 시절
처음 접한 미술관으 느낌 그대로를 이 책에서 받았다.
그림을 한참을 '주시하다가' 정혜신 선생의 글을 읽고는
다시 그림을 한참을 '읽는다'. 그리고 멍한 채로 시야를 어둡게 하여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본다.
이 책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하나의 묵상집이다.
하지만 무겁지 않다.
책을 읽는 동안에 사뭇 진지해질 수 있는 순간에
정혜신 선생의 위트나 익숙한 상황, 영화, 시, 드라마들을 언급할 때면
나도 모르게 접혔던 미간이 웃고 있을 때도 있었다.
너무 급하게 읽지 않고 한 자 한 자, 한 그림 한 그림 넉넉한 마음으로
읽는다면 이 책은 읽는 이들의 내면에 하나의 보양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