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Short Notes)
2002. 9. 30. ~ 10. 23.
Minority Mania
초등학교 때 다수결에 대해 처음 듣고는 참 좋은 방법이란 생각을 했었다.
나이가 들어 사춘기가 지나고는 아웃사이더가 참 멋있어 보였다.
대학을 다니던 무렵에는 소수(minority)의 항변에 불편한 마음이 조금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Minority Report>를 보았다. 3명의 예지자 중에 1명이
다른 미래를 보면 자동적으로 그 이미지는 삭제된다.
<Minority Support>..소수자의 항변을 돕기 위한 장치라고...그것이 내가
메울 자리라고 생각했다.
<Minority Mania>..
Mania는 골수 팬이어야 한다. 무슨 운동이든 대중화, 민중의 참여가 중요하다
는 생각이 변치 않음에도 난 Minority Mania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결국, 골수 팬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에 빠져들고 시간과 노력과 물질을
들여야 한다. 그러한 물리적, 정신적 노력이 특정한 분야의 깊이를 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Minority Mania는 결코 Majority로 묽어질 수 없다.
이미 백그라운드에 깔린 깊게 축적된 공감대를 주춧돌로 삼아 계속 올라가는 첨탑과
같기 때문이다.
난...
Minority Mania로 Minority Support를 하며 Minority의 Major화를 위해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아웃사이더를 인사이드로 끌어들이며 다수결을 참고하련다....
postscript) 난...조규찬이 좋다.
죽음
추석 연휴 이후에 내 주변에서 3명의 사람이 죽었다.
다 아버지뻘 되는 분들이었다.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힘든 세상 이제 떠난다고 평안히 잠드소서...라고 해야 하는가.
아님 물리적으로 기독교라는 안경을 쓰고서,
먼저 그 사람이 불신자이냐 신자이냐를 물어보고...
불신자이면 안타까워하고
신자이면 하늘로 올라간 것을 기뻐해야 하는가.
죽음은,
일그러진 하나님의 계획이다.
그렇기에 죽음은 "단절"이다.
이제껏 주변에 맺어져 있던 모든 관계와의 단절.
남은 자는 그리움에 사무칠 뿐이다.
postscript) 아픔은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을 속일 필요 없다.
나다움...그 독특함에 관해.
가을...
어느 정도 서늘한 날씨에 청명한 하늘...
그리고 적절한 습도가 내 주위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는 요즘..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런 기분이 날 들뜨게 만든다.
한 여름의 더위 속에 흐릿흐릿하던,
세상 속에 파묻힐 것 같은 현기증에서 벗어나...
이제는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가
내 머리 결을 스쳐가는 서늘한 바람 만큼이나 뚜렷함을 경험한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나다움...나의 독특함...
나만이 구사할 수 있는 표현들과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들,
나만이 생각할 수 있는 그 독특한 사유방식들이 나를 설레게 만든다.
그리고 그 독특함으로 세상에 발길을 옮겨본다.
태초에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실 때,
손가락의 지문 모양을 그 분의 예술적 감각으로 스케치해 가셨던 것처럼,
이제 그 지문의 하나하나를 소유한
나를 포함한 그 독특한 인격적 창조물들은
적절한 때가 오면,
태고부터 계획된 그 고유한 향기를 발산한다..
postscript) 이젠 더 이상 몸값을 올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고 다녔다.
비욘드 퍼디션(beyond perdition)
그렇지...
모두들 퍼디션에 모여 있었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모두 이곳 너머로 보내놓고...
이젠 모두들 음악에 몸을 기댄 채, 안식의 술잔을 들이키고 있다.
난 카페에 들어설 때부터 심장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번 한 번만...'
나는 피리부는 소년처럼...
함박 웃음 지으며 그들에게 춤을 권한다.
가끔은 내 심장의 박동과 발의 스탭이 엇갈려
정신이 어지럽기도 하지만 난 그들과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사람들은...
흥겨운 음악과 춤에 정신을 빼앗기며 즐거워한다.
나는 피리부는 소년처럼...
사람들과 함께...
나는 피리부는 소년처럼...
사람들과 함께...
제발...나는 피리부는 소년처럼...
춤추는 사람들과 함께, 비욘드 퍼디션!
postscript)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야 한다. 그게 하나님의 뜻이다. 괜히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자기연민에 빠지지 말 것.
깨진 유리병..
아무리 아름다운 유리병도.
아무리 방 한 가운데에 두고 닦고 또 닦고.
그 안에 하루하루 담아둔 물건들이 가치가 있다 해도.
깨진 유리병은
그냥 유리 조각일 뿐이다.
다시 주워 담아도.
조각들을 아무리 조심스레 가져다 붙여도.
붙여진 유리조각들을 두고 유리병이라고 하지 않는다.
깨진 유리병은 그냥 유리 조각들일 뿐이다...
postscript) 헤어지면서 그 사람에게 했던 말...
바다
처음 바다에 갔었다. 가족과 함께.
바다에 대한 내 첫 느낌은 두려움과 설레임이었다.
두려운 건,
바다 바람과
가끔 내 키를 한참 넘어 보이는 파도였고,
설레임은,
바다의 한없이 푸르른 색감,
모래의 까칠까칠함,
그리고, 물 속에서 뛰놀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 때문이었다.
처음 바다에 들어갔을 때의 차가움.
파란색이었는데 손으로 담으면 투명해지는..
소금맛이 나는 물..
지금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키의 내가
마음껏 흥분에 도취되어 있을 때,
아버지보다 더 큰 키의 파도가 내 앞을 덮는 것을 알았다.
어느 순간엔가 난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신세가 되었다.
파도가 날 덮었다가 고스란히 뱉어낸 것이었다.
난 물침대 위에 누운 사람처럼..
바다로 떠내려 가고 있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난 말할 수 없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멍하게.. 한참을 지나서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보이지 않게 되었고,
난 그제서야 소리쳤다..
'엄마...'
'아빠...'
난 소리쳤지만 들리지 않았다. 난 간절했지만 소리가 나질 않았다.
다시 돌아가려면 난 바다 속으로 빠져야 하는데,
내 발이 땅에 닿을 수 있을지, 혹시 영원히 발이 닿지 않아
바다 깊숙히 빠져들어 죽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난 소리칠 수도 없지만
몸을 움직여 균형을 잃고서 바다 깊숙한 곳으로 빠져들어가
영원히 숨쉴 수 없게 되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 혼자가 되었다는 생각..난 두려웠다.
벗어날 수 없다....
그 때 누군가가 떠있던 날 물 속으로 빠뜨렸다.
순간 난 놀랐지만, 견고하고 강한 팔이 날 붙잡고는 천천히
끌어올려 주었다. 난 지금도 그 감각을 잊을 수 없다.
그건 아버지의 팔이었다..
postscript) 바다는 세상, 나는 당신, 아버지는 나...
death of modernist..
<이성과 합리성..>
이제껏 나의 삶은,
설명되어질 수 있고, 통계적인 수치가 말해주는 것에
기반을 두어왔다.
<느낌과 감정..>
난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쓴 사람처럼
나에겐 모든 게 항상 희미하게만 보였고,
내가 본 그 형상을 새로 정의하고 규격화 하면서
그렇게 정리된 합리적인 감정의 틀에
갇힌 나는 또다시 가뭄에 갈라진 땅처럼.
갈증과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다.
<Neo in the "Matrix"..>
neo는 매트릭스 안에서 뭔가 희미한 감정을 발견한다.
곧 그는 매트릭스를 벗어나고 그는 매트릭스를 이해하게 되며..
결국에 그는 그것을 "느끼게" 된다.
<"line of despare"..>
쉐퍼는 키에르케고르가 합리성에서 비약했다고 비판했다.
그것이 <이성에서의 도피>에서 말한 "절망의 선".
합리성의 한계라고 말하는 게 옳았다.
<이성과 감정..>
이제껏 나는 "느낀다"는 표현을 써 본 일이 없다.
그렇게 분명하게 내 영혼에 메시지를 던졌던 일이 내겐 없었기 때문에.
난 항상 exact solution을 가진 게 아니라,
repeated fitting과 통계적 근사치만을 가진 모더니스트였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분명하게 "느낀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나에게 둘러싼 모든 것들이 너무도 분명하게 다가온다.
<death of modernist..>
이제 더 이상 내 삶은
내가 인지하고 생각하고, 이해하여 구축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다.
난 여기가 어디인지 알 것 같다.
이젠 real life..
postscript)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바다2: Allegory
낚시를 갔다가 바다에 빠졌다.
방파제 위에서 미끄러졌는데 생각보다 바다가 깊었다.
난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이젠 몸무게가 제법 나가는 나이였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적어도 바닥은 내 키의 5배는 되는 것 같았다.
물 속으로 비치는 수많은 방파제 블럭들이 날 질리게 만들었다.
눈 앞이 아득해졌다...
순간..
난 내가 어린 나이지만,
나에겐 살아야하는 이유들이 너무나 명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기도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잠시였지만, 하나님은 내 가진 것을 쓰시리라 생각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어 심호흡을 크게 하고,
한 번 물 밑으로 내려갔다가
온 힘을 다해 바다물을 박차고 솟구쳤다.
떠오르는 몸을 방파제 벽에 붙이고
손을 쉴 새없이 움직이며
위로...위로 기어 올랐다.
Home, Sweet Home...
사랑하는 가족에게로 난 달려갔다..
postscript) 그래, 이제 마지막 날개 짓인 걸..
Rainbow-the sign of the covenant
무지개..
그것은 하나님께서 같은 방법으로
우리를 멸하시거나 벌하시지 않겠다는 언약의 표징이다!
자신이 없을 때마다 무지개를 보며
난..
동일한 상처로
고통 받지 않을 수 있음을 확증한다..
병아리
노란 병아리,
조그마한 발로,
조심 조심 뛰어가다,
담 벼락의 끝에 다다르자 소리치다.
飛躍(비약)..
飛躍(비약)..
postscript) 병아리는 다 자란 후에도 날 수 없다. 그게 병아리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