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내가 알기로 프로페셔널은 '완전'하지 않은 사진은 쉽게 버린다. 그래서 프로들에게는 찍는 것도 일이지만 고르는 것도 일이다. 트리밍을 하거나 후처리를 한다 해도 어정쩡한 사진을 남겨두는 일은 거의 없다. 영화 '취화선'에서 주인공이 제대로 되지 않은 그림이나 도자기는 일말의 고민 없이 찢어버리고 깨어부수는 것도 이와 같다. 그렇게 엄선한 사진은 '작품'이 되고, 이러한 작품들은 보는 이에게 강한 인상을 주게 마련이다.
나는 그게 쉽지 않다. 자꾸 못난 사진들에 정이 간다. 포토샵을 켜서는 이렇게 저렇게 '가공'을 해본다. 이 사진은 이래서 못 지우고 저 사진은 저래서 못 지운다. 특히 인물 사진이 그렇다. 그 사람의 특징이나 내가 아는 어떤 특유의 인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사진들 앞에서 삭제 버튼을 누르는 것 자체가 곤혹스럽다. 그래서 계속 '가공'을 하고는 다시 모든 사진을 뽑는다. 내가 보기에도 내 사진은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이 골고루 끼어 있고,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내 사진을 무난하다 혹은 그저 그렇다고 생각한다.
가끔 모든 일에 완전한 것들만 내보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결과만을 엄선해서 나란 사람을 꾸민다면, 그러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다부진 마음을 품어 본다. 그게 처세며 자기 관리이고, 또한 직장을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프로페셔널의 방식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인물 사진을 고르는 방식처럼 내 삶에서 프로처럼 살고 싶은 마음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 '잃어간다'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그런 '나태한' 방식이 내가 원하는 방향은 분명 아니니까. 하지만 어느 새 나이가 들어가고 시간 속에서 내 서툰 모습들이 익숙해져간다. 긴장이 풀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여유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또는 나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도 같다. 좋고 나쁨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삶에서 아마추어가 되어간다. 오늘도 나는 찍은 사진들을 살려 보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