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결혼식에 여자가 오리라는 기대감과 만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음을 비춘다. 여자는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무심함으로 대화와 하루 밤을 보내고 유유히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사라진다. 런던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영화는 훌륭하다. 내내 두 개의 화면을 겹쳐보이게 하는 촬영 기법은 때로는 과거를 회상하는 데에, 때로는 남녀의 속내를 드러내는 데에 유효적절하게 사용되며 두 배우의 불안해보이는 대화와 표정 연기도 거의 절정 수준이다. (사실 이 영화는 팀 버튼의 아내인 헬레나 본햄 카터 때문에 본 것이다.)
하지만, 결말이 정작 아쉬운 부분이다. 여자는 흔들리던 마음과는 달리 정신 없이 택시에 몸을 싣고 공항으로 간다. 처음부터 여자는 하루 밤을 전 남편과 보낼 생각 외에 다른 '기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헤어짐과 혼자 런던에서 씩씩하게 살았을 그녀의 배경에 대한 어떠한 조명도 없이 남자-전남편의 작업에 흔쾌히 동행했다가 몇 시간 만에 마음을 정리하고 어떤 여운도 없이 돌아가는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 볼 여유조차 영화는 허락하질 않는 것이 아쉽다.
감정의 변화를 행동으로 예측하기 어려워서, 보는 관객들조차 안타깝고 답답하게 만드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아오이'나, 9년 만의 만남에서의 심리적인 묘사를 대화로 훌륭하게 풀어낸 [비 포 선셋]의 '셀린느'처럼, 영화 속 여자 주인공도 보여주고 싶은 내면의 갈등이 있지 않았을까. 갑자기 올라오는 엔딩 크레딧에 당혹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