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군대도 가기 전인 스물 하나의 나는
캠퍼스 노천 극장에 늦은 시간 캔맥주를 사들고
친구들과 앉아 미래에 대한 넋두리를 하곤 했다.
그래,
그 땐 나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십년 후의 내가 전혀 상상이 되지 않던 터라
안개 속 산 길을 걷듯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뭔가 새로운 것들이 내 앞에 펼쳐질 것 같은 두려움과
한 편으로는 은근히 설레는 기대감에 잠겨.
그렇게 달빛에 물든 캠퍼스 구석구석에 시선을 내려놓고
씁쓸한 맥주를 삼키듯 마시곤 했다.
희한하게 그 땐 맥주가, 지금처럼 잘 넘어가지질 않았다.
멍한 표정으로 잠시 떠올려보는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