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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는 우리집 개다.
바바는 내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 복도에서 발소리만 듣고도 반갑다고 뱅글뱅글 돌면서 마구 짖는다. 그래도 주로 관심이 아이에게 쏠리는지라 바바와 충분히 놀아줄 시간이 없는지라 그로인해 피치 못하게 바바는 시무룩하게 집구석 어딘가에 들어가서 고개를 떨구고 우울해 하기도 한다. (아내가 놀아주기도 하지만 그거와는 별개인듯)
개를 키우면서 개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모든 동물 중 유독 개만 인간을 잘 따르는 거 같다. 사실 인간은 개에게 참 몹쓸 짓을 많이 하는데.. 엄한 주인이라도 혹여 구타나 학대를 당하더라도 주인이 다가가면 대체로 반가워하고 못했다고 해서 그를 떠날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이 동물이 가축이지는 않았을텐데, 길러서 잡아먹는 것도 아닐텐데.. 신기하게 이 개라는 동물은 참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랄까, 그런 류의 애정이 있다. 그래서 바바를 대할 때면 항상 나는 애완동물을 충분히 '애완'하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에 휩싸인다. 또한 가족과도 생이별하고 친구하나 없이 다른 종족의 마스코트가 되어 살아야 하는 개의 일생에 대해 다분히 감상적인 설움 같은 게 투사된다.
아침부터 복날이라고 개를 먹냐 닭을 먹냐로 온오프로 시끄러운 오늘. 아침부터 출근하려고 채비하는데 자기도 같이 산책 나가고 싶어 신발장까지 짖으며 따라 내려온 바바를 외면한채, 도리어 아침부터 시끄럽게 짖었다고 모질게 꿀밤주고 뒤돌아서 온 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점심시간에 인터넷으로 바바의 간식을 주문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