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구름빵
백희나 (지은이) | 김향수 (사진) | 한솔수북(한솔교육) | 2004-10-01
비 오는 날 아침 작은 구름 하나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아이들은 신기해서 엄마에게 구름을 가져다 주고 엄마는 작은 구름을 반죽해 빵을 굽는다. 잘 구워진 구름빵을 먹은 엄마와 아이들은 구름처럼 두둥실 떠오른다. 2005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픽션 부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히게 한 작품.
아빠, 달님을 따 주세요
원제 Papa, please get the moon for me
에릭 칼 (글) | 오정환 (옮긴이) | 더큰컴퍼니 | 2007-01-01
에릭 칼: 1929년 미국 뉴욕주의 시러큐스에서 태어났다. 6살때 독일로 이주해 슈투트가르트 조형미술대학을 졸업했다. 그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타임즈'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배고픈 애벌레>등의 어린이 책을 만들었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 상','볼로냐 아동 도서전 그래픽 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1, 2, 3 동물원으로>, <빨간 여우야 안녕>, <아빠 해마 이야기> 등이 있다. 현재 서부 매사추세츠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의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와사키 치히로 아트북 시리즈 세트 - 전6권
이와사키 치히로 (지은이) | 프로메테우스 | 2003-07-30
이와사키 치히로의 대표작 6권을 세트로 묶었다. 1968년부터 1974년까지 치히로가 그림에 직접 글을 덧붙여 일본의 至光社를 통해 1년에 1권씩 발표했던 창작그림책들이며, 다양한 상상과 해석이 가능한, 요컨대 여백과 사색이 담긴 치히로의 작품 성격이 집약된 작품들이다.
까만 크레파스와 요술기차
원제 くろくんとふしぎなともだち (2004)
나카야 미와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웅진주니어 | 2005-02-25
위험해도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해야하는 유아의 심리를 고스란히 담았다. 아무리 주의를 주어도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꼭 해야한다. 그럴 때, 자칫하면 큰 사고가 일어나 큰 일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까망이와 고속열차를 통해 보여준다. 엄마의 잔소리보다 자칫하면 부러질뻔했던 까망이의 위기일발 순간이 훨씬 더 설득력을 가진다.
빨간 나무
원제 The Red Tree
숀 탠 (지은이) | 김경연 (옮긴이) | 풀빛 | 2002-10-21
<빨간 나무>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매일 밤 잠이 들 때, 내일이 오지 않기를 빌어 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첫구절이 절절하게 이해된다. "때로는 하루가 시작되어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점점 나빠지기만 합니다." 온통 어둠이 우리의 삶을 덮는 것 같지만, 그림 곳곳에 숨어있는 빨간 나뭇잎처럼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날에도, 아무도 날 이해하지 않아도, 조용히 찾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빨간 나뭇잎들이 지친 삶을 조용히 위로해 준다.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원제 Ophelias Schattentheater
미하엘 엔데 (지은이) | 프리드리히 헤헬만(그림) | 문성원 (옮긴이) | 베틀북 | 2001-07-01
보통의 그림책에 비해 다소 많은 분량의 글이 들어가 있지만 미하엘 엔데의 이야기 솜씨 때문에 그리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거기에 빛과 어둠의 향연과도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지를 가득 뒤덮은 그림은 어슴푸레하게나마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빛과 어둠이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암시해 줄 것이다. - 이예린(2001-07-11)
로버트 사부다 팝업북 | 원제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로버트 사부다 (지은이) | 존 테니엘(그림) | 홍승수 (옮긴이) | 루이스 캐럴 | 넥서스 | 2004-10-25
팝업 북의 장인으로 이름이 높은 사부다는 1994년 자신의 최초의 팝업 북인 <크리스마스 알파벳>을 시작으로, <12일간의 크리스마스>, <오즈의 마법사>, <바다의 몬스터> 등을 작업했으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톰팃톳
원제 Tom Tit Tot (2006) | 네버랜드 세계 옛이야기 2
이상교 (글) | 스베틀라나 우슈코바(그림) | 시공주니어 | 2006-06-01
'네버래드 세계 옛이야기' 시리즈는 러시아, 영국, 독일 등 세계의 대표적인 옛이야기를 비롯하여 중국이나 노르웨이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재미있고 완성도 있고, 채록한 사람이 명확한 이야기를 선정하여 구성했다. 딱딱한 문어체 대신 부드러운 입말체를 사용하였고, 들려주는 사람이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단순한 반복 구조로 되어 있다.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수상 작가, 대한민국 미술 대전 수상 작가, 각종 국제 미술대회 수상 작가 등 러시아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 화가들이 참여하여 이국적인 색채를 느낄 수 있다
100만 번 산 고양이
원제 100万回生きたねこ |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비룡소 | 2002-10-14
죽음을 영원한 이별이나 슬픔으로 보지 않고, 해야할 일을 다 마치고 떠나는 평화로운 여행 내지는 안식으로 표현한 점이 독특하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라는 마지막 구절에서 독자들은 평안한 미소를 짓게 된다. 일본 전국 학교 도서관 선정 도서. 「Horn Book」은 "불교의 환생과 서구풍의 낭만적인 사랑의 혼성곡. 수채화 기법으로 유머러스하게 고양이를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 지은이 사노 요코는 <아저씨 우산>, <하지만하지만 할머니>로 알려진 그림책 작가.
류승완 감독의 신작[부당거래]가 개봉되고 PD수첩의 [검사와 스폰서]편이나 김두식 교수의 저서인 [불멸의 신성가족]을 언급하는 글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건설회사 사장의 로비와 검사 접대, 경찰 비리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 소재로 보나 이야기의 전개로 보나 PD수첩과 김두식 교수 책의 영화화로 인식할 수도 있을 법 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플롯을 잘 뜯어보면 스토리 라인의 중심에 최철기(황정민)가 서 있음을 보게 된다. 첫 장면에서 이미 단호하고 딱딱한 인상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그의 이미지는 어떤 압력에도 자신의 소신에 따라 범인을 잡는 경찰의 전형으로 보여진다. 그는 자신의 매제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하소연하는 해동건설 회장인 장석구(유해진)를 조사할 때에도 거침이 없었다.
이 영화가 흡인력 있게 다가오는 주된 이유는 다름아닌 최철기라는 캐릭터의 변화에 기인한다. 사실 이 영화를 통틀어 최철기 외에 등장 인물 중 평면적 캐릭터를 벗어나는 인물은 없다. 이야기의 발단과 전개, 절정에 이르기까지 최철기의 심리에 따라 사건이 변화무쌍하게 전개된다. 영화 초반에 그 강인하고 굽힘이 없던 모습의 최철기는 왜 극단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을까.
영화는 그 변화를 지극히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는 단호하고 성실한 경찰이지만, 처도 아이도 없으며 자기가 아끼는 하나뿐인 누이는 힘들게 이발소를 운영하는 하류인생이다. 그녀의 남편은 경찰인 아내의 오빠 이름을 팔아 돈을 챙기는 양아치 같은 사람이지만 누이 때문에 그것마저 눈감아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직장에서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멤버들이 경찰대학을 나오지 못한 자신이 진급 누락으로 인해 함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이번에는 진급도 안된 자신을 경찰 내사를 통해 쳐내려는 게 분명하다고 느낀다.
내우외환이 겹친 그에게 강국장(천호진)은 도박같은 제안을 한다. 이미 용의자가 살해되어 해결하기 힘들어진 연쇄성범죄자 검거 건을 자신에게 맡긴 것이다. 최철기는 이것이 자신이 가지치기 당할 수도 있고 특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거래임을 직감한다. 처음에 그는 자신의 특기를 가지고 올바로 수사를 시작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너무 짧은 시간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가짜 범인 세우기'를 감행한다.
그는 일전에 누이의 남편에게 돈을 건네준 스폰서 장석구(유해진)를 불러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가짜 자백을 할 수 있게 만들라고 지시하고, 장석구 또한 이 지시를 이행하면서 이를 빌미로 최철기를 이용하여 회사 비리를 일삼는, 이른바 부당거래가 시작된다. 최철기는 그가 가장 혐오하는 비리 검사 주양(류승범)과 엮이면서 이 범인이 가짜임을 주양이 알아채자 그에게도 로비를 일삼는 파렴치한 일을 서슴치 않는 인물로 돌변한다. (영화 초반의 연기와 중후반 황정민의 연기변화는 정말 압권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후배 마대호(마동석)이 이를 알아채고 저지하려하다가 그만 최철기가 우발적으로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에서다. 그는 정서적으로 파탄의 상태에 직면하지만 또다시 위기모면을 위해 살인현장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끼는 후배 마대호를 칼로 난도질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만다. 결국 최철기는 자신을 따르던 후배들의 복수로 자신의 불안했던 부당거래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숨쉴 틈도 없는 흡인력으로 전개되지만 불쾌하고 우울한 영화다. 사실적이면서도 개인의 내면 심리를 파고들기 때문에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는 이유에서 그렇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는 검사들은 크게 해먹어도 살아남고 최철기 같은 일개 경찰들만 개고생하다가 죽는다는 사회적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한 개인 그것도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이 없이 꽤나 나름의 원칙이 있고 강인한 정신을 가졌던 한 사람이 어떻게 허물어져가는지를 지켜보면서... 나에게 그런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균열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되었다. 최철기는 장석구의 비리를 알고 있었지만 누이의 초라함과 매제의 한심함으로 인해 작은 비리를 눈감게 된다. 그에게 드리운 장석구라는 어둠은 다시 자신의 목을 죄는 상황에서 좀더 손쉽게 꺼내들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처음엔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도구인 줄 알았던 어둠의 방식은 더큰 비리를 눈감아줘야 하는 존재로 성장하고 이내 자신이 그에 지배되는 반대상황에 직면한다. 최철기는 극단으로 치닫기 전 되돌릴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너무 악의 속도는 빨랐고 그 관성에 그는 손쓸 겨를 조차 없었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던 시간은 자신의 목에 구멍이 뚫리는 복수의 시간이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후회할 일들이 반드시 생긴다. 이는 무지에 의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소한 악행에 대한 심리적 균열에 관대한 면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돈문제이든 성적인 문제이든, 혹은 인간 관계의 문제이든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쉽게 속이거나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데 익숙한 존재다. 속으로 모두가 어느 정도는 썩었다고 믿고 있으며 그 수준을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갑자기 큰 기회가 오거나 큰 돈이 생기거나 막대한 권력이 주어줬을 때 우리 내면의 균열점에서 극단적 파단으로 치닫는 속도가 가파르다는 사실을 모르고 산다. 그 기회가 오면 우리는 반드시 행복하기 보단 불행할 확률이 높다. 그런 비극이 오기 전에 자신을 한번 치열하게 파헤치는 일이 필요하다. 자아의 내사 말이다. (끝)
요즘 제가 주목하는 뮤지션 중에 루시드폴(Lucid Fall)이란 1인 밴드가 있습니다.
얼마 전 시사IN에도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번에 그의 감미롭고 세련된 음악은 용산 참사와 광주 항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그의 세상을 향한,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좋습니다.
그의 기사와 음악 몇 곡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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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으로 음악을 만드는 루시드 폴
루시드 폴(사진)은 네 번째 앨범 <레 미제라블>에서 ‘소리로서의 음악’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으로서의 노래’에 전력을 쏟았다. 그는 레 미제라블, 불쌍한 사람들 이야기로 앨범을 채우고 싶어했다.
2008년 9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학술 콘퍼런스가 열렸다. 스위스 로잔 대학에서 생명공학 박사를 마친 뒤 연구를 계속하던 조윤석(35·루시드 폴)도 참가했다. 포스터를 붙이고 로비에 앉아 있던 중 홀연히, 행사장에 들어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자가 아닌 뮤지션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돈오(頓悟) 같은 것이 그에게 찾아왔다. 루시드 폴로서.
그러나 돈오는 아니었다. 점오(漸悟)에 가까웠다. 인간을 치료하는 약의 개발을 위해 필연적으로 해야 한다는 동물실험이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다른 연구자들은 조금만 익숙해져도 아무렇지 않게 흰 쥐의 목을 비틀 수 있지만, 그는 거부감을 버릴 수 없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 대상이 되는 이들에게 그 대가로 돌아가는 게 밥 한 끼라는 사실에 끝까지 둔감해지지 않았다. 그런 나날의 결과였다. 그가 생명공학 연구를 그만두고 음악만 하겠다는 결심을 만든 시간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을 때, 7년간 유럽에서 쌓인 짐을 정리하고 한국행 편도 티켓을 끊었다.
2집 <오! 사랑>에 담긴 노래 제목이기도 한 서울 삼청동에 집을 구했다. 인적이 드문, 한번 들어가면 선뜻 나오기 쉽지 않은 그 집에서 그는 곡을 썼다. 네 번째 앨범이었다. 하지만 데뷔 앨범 같은 기분이었다. 루시드 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전, 그가 이끌었던 밴드 ‘미선이’의 앨범은 대학원에 몸담고 있을 때 낸 작품이었다. 2001년 루시드 폴의 데뷔 앨범은 방위산업체에 다니면서 만든 작품이었고, 2집과 3집은 각각 스웨덴과 스위스에서 공부하며 낳은 앨범이었다. 그는 애초에 음악계에 속해 있지 않은 주변인이었다. 한 번도 전업 뮤지션인 적이 없었다. “그동안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음악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내가 이질적인 존재인 것 같았다.”
네 번째 앨범 <레 미제라블>이 어떤 의미에서 데뷔 앨범인 건 그 때문이다. 이 앨범은 루시드 폴이 경계인의 신분을 떨쳐버리고 낸 첫 작품이자, 이제 전업 뮤지션임을 선언하는 출사표이다. 강박이 컸던 건 당연하다. “전에 있던 것 중 뭘 버리고, 뭘 가져가야 할까 고민했다.” 홀로 나일론 기타를 뜯으며 노래하는 곡은 안 싣기로 했다. 주위에서는 “그게 너다운 거다”라며 말렸다. 하지만 그는 관철했다. 연주에서의 클리셰(진부한 표현)를 버리기 위해서였다.
다른 이에게 연주를 맡기고 그는 ‘음악’이 아니라 ‘노래’에 집중하기로 했다. 멜로디와 코드와 가사를 만드는 데 전력을 쏟고, ‘소리’에 대한 고민을 덜어내기로 했다. 오선지에 멜로디를 쓰다가, 자신에게는 오선지보다 빈 노트와 펜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 후였다. 백지에 가사를 쓰고 거기에 맞춰 노래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그의 길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싱어송라이터란, 소리로서의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으로서의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루시드 폴의 4집 앨범 <레 미제라블>(위)은 지난해 말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용 산참사·광주항쟁 다룬 노래
그가 내려놓은 소리에 대한 고민을, 여러 사람이 나눴다. 앨범에 참여한 연주자들과 사전에 이야기를 나누고 편곡과 합주를 했다. 녹음을 3일 만에 끝낼 수 있었던 건 그래서다. 일류 세션맨들의 정갈한 연주와 1960년대 브라질 보사노바의 질감을 살린 12인조 오케스트레이션의 풍성한 스트링은 앨범의 사운드를 어느 때보다 고급스럽되 사치스럽지 않게 만들어냈다. 그 소리 위에서 루시드 폴은 노래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작고 작은 목소리로, 인터뷰 때 나눴던 대화를 녹취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에 비해 많은 집중력이 필요한 그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노래한다. 넓지 않되 깊이 들어오는 멜로디를. 정갈한 들숨과 조붓한 날숨으로.
지난해 말 조용히 발매되어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던 <레 미제라블>의 타이틀 곡은 ‘고등어’다. 시장 좌판에 얹힌 고등어의 시점에서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노래다. 퇴근길 만원 버스에서 흘러나오기라도 하면 잠시 집중하며 가사를 음미하고 아주 옅은 미소를 짓게 될, 어느 물고기의 노래다. 그렇게 ‘고등어’가 세상을 헤엄치는 한편에는 용산과 광주가 있다.
용산참사를 노래한 ‘평범한 사람’과 광주항쟁을 다룬 ‘레 미제라블’. 그는 그 노래들을 “하고 싶었다”가 아니라 “하고 싶었겠지”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대문은 다시 지으면 된다. 하지만 피맛골을 다시 지을 수 있나? 피맛골을 지나가면 혈압이 오른다. 폭격 맞은 서울을 보는 것 같다. 4대강은? 거기 사는 새와 개구리는 어떻게 할 건가. 한 번 무너지면 재생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져가는 것들이 있다. 그게 너무 슬프다. 용산, 그 안에는 끔찍한 논리가 있다. 거기서 얻는 막대한 이익을 아무도 나누려 하지 않는다. 단순히 사람이 죽은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는 애초에 사람이 없다.”
‘레 미제라블’은? 왜 지금 광주일까? “공권력이 개인을 파괴하는 행위는 너무 많다. 티베트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고, 시짱(西藏) 위구르족에게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체첸에서도, 한국에서는 광주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나. 그래서 하고 싶어 했겠지.” 루시드 폴은 원래 그런 이야기들로 앨범을 채우려 했다. 레 미제라블, 불쌍한 사람들로.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다 외롭고 불쌍해 보인다.
처 음에는 잘사는 사람들은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많은 돈을 벌고, 열 살 어린 금발의 아내와 딸 셋이 있으며,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석학인 그의 지도교수는 하루 종일 하품을 하면서, 행복하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그의 선배는 평소 밝은 성격인데 회사에서 공황장애를 앓았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로 앨범 하나를 만들려 했다.
그렇게 앨범 <레 미제라블>에는 나와 너,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들이 합쳐져서 ‘우리’ 이야기가 된다. 사회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 서정적인 것이 이런 멜로디와 사운드에 맞물려 있는 음반을 우리는 좀처럼 만난 적이 없었다. 구체적인 사건과 대상, 은유적인 묘사와 감성이 함께 머무는 앨범을 차트 1위에서 만난 적은 더욱 오랫동안 없었다. ‘미선이’ 시절부터 루시드 폴의 노래는 대체로 그러했다. 옷을 바꿔 입었다고 몸이 바뀌는 게 아니듯, 그는 일관된 방향으로 경계와 중심을 오가며 걸어왔다.
“내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있어. 그래서 장기 공연을 하려고. 일주일에 하루 쉬면서, 한 달이든 두 달이든 노래하면 그보다 좋은 연습이 어디 있겠어.” 이 장기 공연을 위해 서고 싶은 무대는 서울 대학로 학전소극장이다. 김광석이 노래했고 김민기가 운영하는 학전에서 그는 홀로 나일론 기타를 튕기며 노래하고 싶어한다.
(출처: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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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그대 떠난 그날 오후 그대 모습 잊을 수가 없네
날 말리다 터져버린 그대 울음 초여름의 거리
비를 부르던 거리의 슬픔 시간은 다시 지나가고 비는 멎었네
서서히 밀려오던 군화 소리 대검의 빛 줄어드는 시간
지쳐가던 사람들 하나 둘씩 쓰러져
마른 달빛 비치던 그 밤 보고 싶었던 그대 모습
내 몸은 식어만 가요 조금 더 살고 싶어요
시간이 흘러가도 기억 속의 그대 얼굴 지워지지 않아
작은 풀 하나 피지 못했던 차가운 여기 이자리에
홀로 남은 날 잊어 줘요
이제는 볼 수 없어도 그대는 나를 잊어요
평범한 사람
오르고 또 올라가면 모두들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 행복한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네 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
어둠을 죽이던 불빛 자꾸만 나를 오르게 했네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너무나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 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출처: [레미제라블] 중에서)
다시, 되새기는 복음주의자의 현실 참여 선언문
칼 헨리의 본서, [복음주의자의 불편한 양심]은 개신교의 고전적인 저서에 속한다. 이 책의 원제는 'The Uneasy Conscience of Modern Fundamentalism'로 여기서 복음주의자라는 표현은 역사적으로 근본주의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대에 와서 종교적 근본주의는 지양해야하는 극단적인 그 무엇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근본주의의 기본 개념은 그 종교의 원칙을 고수하려는 세속과 타협하지 않는 근본 원리들을 지켜나가겠다는 의미이며 그 자체로는 크게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그 종교를 지향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칼 헨리가 지적하는 개신교 근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천국(오실 하나님 나라)에 집중하면서 개인의 영혼 구원과 도덕적인 삶으로 복음을 제한한 나머지 사회 정의와 구제, 개혁에 무관심한 점이었다. 인종 차별, 냉전 구도 속에서 정당한 전쟁이라는 문제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 정책 등 북미의 개신교 부흥에서 사회 문제는 제외되고 있었다.
우리는 1943년에 출판된 작은 책자를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의 현실 참여 선언문]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칼 헨리의 이 저서를 계기로 개신교는 근본주의자들에게서 구별된 신복음주의의 탄생을 촉발 시킨 계기로 평가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동일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개신교 후손인 우리의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원제와는 다르게 근본주의자=복음주의자로 등치시켜 놓아도 별반 이 책의 독해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70년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가 근본주의자의 한계에 여전히 놓여 있음을 반성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재출간은 한국 교회에도 의미가 있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나를 포함한 복음주의 진영의 한국 교회는 칼 헨리가 행한 근본주의자를 향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겸손히 다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켈리 먼로 컬버그는 우리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버드 대학교에서 베리타스 포럼을 통해 기독 지성운동을 시작하고 미국 전역으로 확장시킨 장본인이다. 이 책은 이런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켈리 먼로 컬버그는 이미 1998년 “크리스채너티 투데이”가 선정한 미국을 이끌어 갈 유망한 기독교 지도자로 손꼽히기도 했고 그가 이끌었던 베리타스 포럼에는 복음주의권의 주요 학자들인 톰 라이트, 오스 기니스, 알빈 플란팅가와 같은 학문적 대가들이 참여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 기대와는 달리 그녀가 지성적인 부분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사랑과 배려가 충만한 여성이라는 사실에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지성적인 포럼'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분명 불꽃튀는 토론과 한쪽이 굴복하게 되는 쾌감.. 그러한 논쟁에 참여했던 전설적인 지식인 논객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끈 베리타스 포럼은 지성적인 면에서도 귀감이 되겠지만 켈리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진 대상이 '학문'이라기보다는 동시대의 회의주의에 빠진 캠퍼스의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고 사랑으로 감싸는 크고 작은 실천적 행동들에 개인적으로는 더 큰 감동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창조주는 내게 필요한 것이 추상적 진리가 아닌, 나와 더불어 내 안에 사는 인간적 진리임을 아셨다." (205쪽)
"복음의 진리가 본질적으로 자기희생임을 숙고하라... 베리타스는 사랑 안에서 진리와 은혜가 한데 어우러진 그리스도의 정신이다. 따라서 그리스도를 닮아 자란다는 것은 은혜 안에서 자란다는 뜻이다. 말하기에 앞서 먼저 귀를 연다는 뜻이다." (263쪽)
한국의 교회를 생각하면 이 두마리의 토끼 모두 놓치는 모습을 본다. 지성적으로도 B급, 아니 그 이하에 속할 뿐만 아니라 교회가 한국 사회 전반에서 사랑의 실천을 하고 있지도 않은 형국이다. 기독지성의 스캔들이라고 할 때 우리나라도 분명 예외는 아닐 것이다. 교회를 탓하기에 앞서 그러한 교회의 일원으로 나의 모습도 성찰해본다. 정작 나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진리를 전하는 존재인가. 지식이 충만함과 동시에 가슴이 뜨거운 사람인가. 무엇보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만큼 실천하는 사람인가. 켈리의 베리타스 포럼 이야기는 분명 나와 한국 교회에게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그저, 예수의 정신을 따르자고.(끝)
*베리타스 포럼 사이트: http://www.veritas.org/
시간 관리의 대안적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
솔직히 복상 황병구 편집위원이 프랭클린 플래너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 했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아주 효율적으로 잘 쓰고 있는 프랭클린 플래너에 대한 약간은 비판적인 시각 자체가 그리 탐탁치 않기도 했다. 스티븐 코비의 책들과 그 툴인 프랭클린 플래너가 나에게 끼친 긍정적 영향력이 얼마나 컸던가를 생각하면 내 입장도 이해가 되리라. 무엇보다 이미 검증되고 널리 알려진 플래너에 어정쩡한 기독교 플래너 하나를 더하는 느낌이 그리 좋아보이질 않았다.
몇 년이 지나 황병구 본부장(지금은 한빛누리 본부장으로 있다)이 시간 관리에 대한 책을 냈다. 사실 이 책도 반신반의했다. 이 책을 사게 된 건 그가 제작한 소명 라이프빌더라는 플래너의 사용법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 개인적으로 플래너의 사용법을 보면 그것이 정말 효과적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 법이라 조금 망설이다가 덥석 주문했다.
책은 훌륭했다. 첫장을 넘기자마자 책의 끝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때때로 머리에 망치로 얻어 맞은 것처럼 경종을 울리는 대목도 있었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대목도 많았다. 황병구 본부장 특유의 글빨이 살아있는, 그래서 더욱 흠잡을 데가 없는 책이었다. 하긴, 그가 누구던가. 90년대에 TNT 세대론과 미답지론으로 진보적인 기독교계에 널리 알려진 탁월한 글쟁이가 아니던가.
그가 주장하는 주요한 시간 관리의 핵심은 시계 시간 프레임에서 사건 시간 프레임으로의 변화, 성취 중심에서 (인간) 관계 중심의 시간 관리, 그리고 자신의 성공이나 성취 지향적인 계획에서 하나님 중심, 이웃 중심의 나눔과 도움을 지향하는 삶의 자세의 훈련이다. 소명 라이프빌더는 이러한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툴이다. 단적으로 말해 정통 기독교적인 정신이 잘 녹아 있는 툴인 셈이다.
스티븐 코비의 책 제목에 있는 'effective'(영향력있는)이란 단어를 '성공'으로 맞교환한 한국판 번역도 문제이지만 정작 스티븐 코비가 자신이 말한 '영향력', '성취'의 목적 혹은 그 본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황병구 본부장의 지적에는 동의가 된다. 결국 프랭클린 플래너는 내가 큰 도움을 받았지만 그 도움은 나의 시간을 나의 능력의 배가를 위해 잘 다듬는 수준의 것이었다. 그것이 이타적인 목적이 됐든, 이기적인 목적이 됐든 내 몸값 올리기를 위해 적절한 툴임은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적 가치들을 돌아보려는 황병구 본부장의 문제 제기과 그 해결책으로 내 놓은 이 툴(라이프빌더)은 내게도 좋은 인생 방향 전환의 계기가 될 듯 하다. 모든 기독교인이 소명 라이프빌더를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한 번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끝)